중견 작가들의 숨겨둔 작품 훔쳐보기

중견 작가들의 숨겨둔 작품 훔쳐보기

입력 2012-06-23 00:00
수정 2012-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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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A 중간허리 2012 : 히든트랙’ 展

‘중간 허리’라고 했지만, 막상 작가들 면면을 보면 겸손의 말 같다.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을 모아놔서다. 허리치곤 좀 높다는 말이다. 전시에다 ‘골드’(Gold)란 표현을 붙여둔 데서도 드러난다. 김홍희 관장은 “황금색은 절정, 완숙함, 풍성함을 뜻하는 것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쌓아올리는 데 성공한 50~60대 중견작가들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허리치곤 꽤 높은 허리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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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 하늘타기
임옥상, 하늘타기
그래서 8월 26일까지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SeMA 중간 허리 2012 : 히든 트랙’전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간 허리’라기보다 ‘히든 트랙’이란 표현이다.

강홍구·고낙범·김용익·육근병·윤영석·이기봉·황인기·홍성도 등 활발하게 작품을 내놓고 있는 작가 19명을 추려 전시했다. 미술에 관심있는 이라면 작가 이름을 보는 순간 어떤 작품을 떠올릴 만큼 자기세계를 구축하고 널리 알리는 데 성공한 작가들이다. 전시는 히든 트랙답게 이 작가들의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업을 선보인다. 아직 대중에게 내보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 작업들인 만큼 작가들의 내밀한 속살쯤 된다.

가령 설치작가 임옥상은 미술관 입구 오른편에다 나팔꽃을 심어뒀다. 그 위 높은 천장에서부터 수직으로 떨어지는 그물을 드리워놨다. 전시기간 중 나팔꽃이 자라면서 자연스레 이를 타고 오를 수 있도록 해둔 것이다. 작가가 작품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턱 놓아버린 것이다. ‘맨드라미’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김지원 작가는 1990년대 현실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하던 시절의 그림을 내놨다. 최민화 작가도 놀랍다. 민중미술에서 시작해 분홍빛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내놓은 것은 적나라한 포르노그래피다. 작가 스스로도 이런 작업을 공개해도 될는지 극히 망설였다고 할 정도다.

시퀀(작은 반짝이)을 이용한 대형작품으로 유명한 노상균 작가는 아예 전시장 한 구석에다 나이트클럽을 차렸다. 포인트는 갑자기 음악이 꺼지고 조명이 밝아온다는 것. 여기가 어딘지, 다시 한번 묻게 한다. 독특한 동양적 추상화로 인기를 끌었던 문범 작가는 대형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천연덕스럽게 ‘알렉산드리아를 떠나며’란 제목을 붙여뒀다. 제목을 보고 뭔가 고대의 향기를 맡으려 해 보지만, 실은 아무 상관없는 내용이다. 현실과 정보의 괴리를 지적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02)2124-88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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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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