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강남적인 무엇’ 내세우는 까닭은?

사람들이 ‘강남적인 무엇’ 내세우는 까닭은?

입력 2010-10-07 00:00
수정 2010-10-0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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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이건 질시건 농담이건 간에 ‘강남’에 대한 얘기들은 많다. 그러나 서울 지역에서 거주 목적의 비닐하우스 90%가 몰려 있는 곳이 또 강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왜 ‘강남적인 것’을 구분하는가. 도대체 ‘강남적인 것’이란 게 있기는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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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헌·이향아씨 공동 발표

7일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에서 열리는 ‘2010 서울학 정례발표회’에서 이동헌(영국 런던대 도시계획학 박사과정)·이향아(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 박사과정)씨가 공동 발표하는 연구논문 주제다. 두 연구자는 ‘경계 짓기’(Making Boundaries) 논리에 따른 ‘심상 규모’(Cognitive Scale)에 초점을 뒀다. 즉 ‘강남적인 것’을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강남의 영역이 바뀐다는 주장이다.

경계 짓기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 짓기’(distinction) 전략을 떠올리면 이해가 좀 더 쉽다. 예컨대 묶인 밧줄이 찍힌 사진을 그냥 제시했을 경우 노동자 계급은 이게 뭐냐고 밀쳐버리고 만다. 반면 부르주아 계급은 어떻게든 뭔가 거창한 설명을 달아 두려 한다. 이것이 부르디외가 말하는 구별 짓기다. 계층 간 차별화 전략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쉽게 말해 ‘좀 더 있어 보이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계 짓기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강남 거주자는 강남지역을 좁게 한정

두 젊은 연구자들은 ‘강남적인 것’의 실체를 찾기 위해 183명을 설문조사했다. 우선 서울 지도를 펼쳐 놓은 상태에서 각자 생각하는 강남 지역을 그려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강남 거주자는 좁게, 강남 비거주자는 넓게 그리는 경향이 확인됐다.

언론 등에서 흔히 ‘강남 3구’라 일컫는 강남·서초·송파 3구 전체를 표시한 사람은 불과 4%였다. 그나마 강남 비거주자는 3구를 대략 포괄하도록 그린 데 반해, 강남구 거주자는 강남구만을 강남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상대적으로 서초구 거주자는 서초구 일부도 포함시켰고, 송파구 거주자 역시 잠실 일부 지역을 강남에 포함시켰다. 이는 강남 지역 안에서도 강남에 대한 ‘지리적 인식’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강남 이미지’ 차이와 연결된다. 강남 비거주자는 ‘강남=비싼 땅값, 땅투기, 졸부, 외제차’를 떠올렸다.

반면 강남 거주자는 ‘강남=학력, 직업, 직위’라고 답했다. 강남 거주자들은 단순히 부(富)뿐 아니라 일정 정도 학벌에 사회적 지위까지 갖춰야 강남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의미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강남 비거주자는 강남에 대해 ‘탈세, 사교육 과열, 오만, 성형미인’을 많이 꼽았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 강남 거주자는 ‘효율, 자녀에 대한 헌신, 진취, 세련’이라고 답했다.

●강남 안에서도 경계짓기

좀 더 흥미로운 사실은 강남 거주자 8명을 상대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다. 이들은 “대치(동)나 은마(아파트)는 강남이 워낙 비싸서 젊은 사람들이 몰려간 곳” 정도로 치부했다. 강남 안에서도 구분 혹은 경계 짓기, 즉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강남적인 무엇’을 내세우는 것은 욕망의 사다리에서 좀 더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계 짓기 전략과 다름없다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동의 여부를 떠나 지정학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한국 사회의 ‘뜨거운 영역’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시선을 끄는 연구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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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10-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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