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남녀의 비극적 사랑 무대에

한·일 남녀의 비극적 사랑 무대에

입력 2009-08-24 00:00
수정 2009-08-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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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합작 뮤지컬 ‘침묵의 소리’ 새달 4일~20일 국내서 첫 공연

2004년 3월28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 한국인 노인의 죽음을 전했다. 학도병으로 일제에 강제징집된 후 기억상실증에 걸려 60년간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 김백식 노인이 현금 4만엔과 ‘조선적’이라고 적힌 외국인등록증만을 남긴 채 쓸쓸히 숨을 거뒀다는 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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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강제징집된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한일합작뮤지컬 ‘침묵의 소리’.
일제에 강제징집된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한일합작뮤지컬 ‘침묵의 소리’.
●일제치하 강제징용이 배경

서울시뮤지컬단과 일본 긴가도 극단이 이 실화를 토대로 한·일 합작뮤지컬 ‘침묵의 소리’를 공동제작해 새달 4~20일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2005년 서울시극단과 긴가도극단이 연극 ‘침묵의 해협’으로 먼저 선보였던 내용을 뮤지컬로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침묵의 소리’는 일제 치하 강제징용의 아픈 역사를 배경으로,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을 통해 결코 잊어선 안 되는 역사의 상처를 기억하는 한편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테라피(치유) 뮤지컬’이란 낯선 장르를 표방한 이유도 그래서다.

요양원에서 음악과 춤, 연기 등 예술치료로 환자를 돌보는 극중 테라피스트처럼 공연을 통해 역사의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의 마음도 일시적이나마 치유되는 경험을 주고자 하려는 시도다.

극은 연인 미와에 대한 사랑으로 끔찍한 전쟁의 참상을 견디던 동진이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전쟁의 충격과 사랑의 상처로 피폐해 가는 과거의 이야기와 요양원에서 노년의 동진을 돌보는 일본인 테라피스트의 현재 이야기가 교차되어 흘러간다.

●화해·평화의 메시지 전달

극본과 연출을 비롯한 스태프, 배우 등 뮤지컬 제작의 전 과정에 한국인과 일본인이 고루 참여했다.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과 요시마사 시나가와 긴가도극단 대표가 공동 연출을 맡았고, 음악도 장소영 작곡가와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우에다 도루가 함께 맡았다. 민영기 박봉진과 기사키 히나노, 나카니시 요스케 등 한·일 배우의 호흡도 기대를 모은다.

유 단장은 “침묵하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했고, 시나가와 대표는 “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에 이어 10월 일본 오사카, 나고야, 도쿄 등지에서 순회 공연을 갖는다. 3만~5만원. (02)399-1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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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9-08-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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