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의 생명은 일상성”

“화두의 생명은 일상성”

입력 2009-08-12 00:00
수정 2009-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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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喝)로 죽이고’ 낸 원철 스님 선사들 어록·화두 재밌게 풀어내

지금도 스님들은 화두를 들고 참선수행을 하지만, 화두의 생명력은 예전 같지 않다. 대부분이 당·송시대 만들어진 것들로 시대상황도 맞지가 않고, 이미 많은 고승들이 화두에 해설을 붙인 탓에 참신한 맛도 떨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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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스님
원철 스님
그럼 현대사회에서 화두가 생명을 이어나갈 방법은 뭘까. 선사들의 화두와 선문답에 대한 에세이집 ‘할(喝)로 죽이고 방(棒)으로 살리고’(호미 펴냄)를 내고 11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원철 (50)스님은 “화두가 선방을 떠나 대중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답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화두는 일상성이 바로 생명”이라고 덧붙였다.

화두는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엄청난 생명력을 가지고 대중 사이에 퍼졌으나, 이것이 도식화·고정화되면서 점점 맛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님은 “화두에 유연성을 가미하고 대중이 화두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책을 썼다.”고 했다. 또 ‘화두는 언제 어디서나 탐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양간에서 밥을 하다 깨침을 얻은 불목하니나 닭 우는 소리에 깨달았다는 선사의 예를 들면서 스님은 “현대사회에서는 TV를 보다가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적인 화두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책에서는 TV 광고카피나 대중가요 노래구절에서도 화두가 나올 가능성을 언급한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등 을 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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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이 부처’라는 말에 과민반응하는 행자를 빗댄 삽화
‘만물이 부처’라는 말에 과민반응하는 행자를 빗댄 삽화
하지만 스님은 일상에서의 수행도 기본적인 수행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좋은 스승을 만나 정체성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화두는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지레 벽을 쌓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런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책을 쓴 만큼 내용도 딱딱하지 않다. 선사들의 어록이나 익히 알려진 화두 중에서 유머러스하면서도 교훈이 있는 것들을 뽑아 77편의 에세이를 묶었다. 약 5년 전 현대불교신문에 연재했던 것을 다시 손을 댔지만, 그 사이 스님의 근기(根機)도 달라진 탓에 대대적인 개편을 한 것도 많다고 한다.

참선 관련 서적으로는 특이하게 만화를 함께 넣었다. 각 편마다 만화가 이우일씨가 스님의 글 내용과 해당 화두를 재미있게 그림으로 풀었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09-08-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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