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자녀들과 함께 전시 관람 부모들이 먼저 즐겨라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자녀들과 함께 전시 관람 부모들이 먼저 즐겨라

입력 2009-06-09 00:00
수정 2009-06-0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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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 전이 성황이다. 오는 29일부터는 사람을 뚱뚱하게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라틴아메리카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전이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다. 대형 전시가 많이 열리고, 갖가지 흥미로운 주제의 기획 전시도 자주 열린다. 아이들과 전시장을 찾는 부모가 그만큼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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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누아르 ‘바느질하는 마리 테레즈 뒤랑 뤼엘’
르누아르 ‘바느질하는 마리 테레즈 뒤랑 뤼엘’
이런 부모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미술에 대한 지식의 부족을 하소연한다. 자신이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아이들의 정서를 함양시킬 좋은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다는 한탄이다. 아이들과 전시장을 찾을 때 어떻게 관람하는 게 좋은 방법인지 문의해 오는 분이 적지 않다. 그런 분들께 몇 가지 팁을 드리고 싶다.

먼저 부모가 진정으로 미술을 즐겨야 한다고 충고 드리고 싶다. 엄마 아빠는 흥에 겨워 감상을 하지 않으면서 대가니 걸작이니 이야기해봤자 아이들에게는 그 모든 게 다 자신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하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감상이란 느낌을 갖는 것이고 부모가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면 아이들도 자연히 자신의 느낌을 좇게 된다.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시기를 바란다.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려 하면 아이들은 싫어한다. 그래서 부모가 전시에 대해 사전에 많이 공부하는 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 지식을 주입하려는 태도를 피하고 질문을 많이 하는 게 좋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게 되고 자연스레 그림을 능동적으로 보게 된다.

물론 이때의 질문은 미술에 관해 전문적인 것이 아닌, 평범한 것일수록 좋다. 뭘 그린 것 같니? 왜 저렇게 그렸을까? 너라면 어떻게 그리겠니? 이런 질문에 아이가 어떤 대답을 하든, 그것이 부모의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일단 아이를 칭찬해 주는 게 좋다. 분명히 물고기를 그린 것 같은데 나비를 그렸다고 답해도 “그게 어떻게 나비니? 물고기지.” 이렇게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렇구나, 왜 그렇게 생각하니? 너는 어쩜 그렇게 기발하니? 이런 질문을 하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게 되고 그만큼 더 적극적으로, 주체적으로 작품을 보게 된다.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는 나중에 전시장을 나올 무렵 간단하게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면 그걸로 족하다.

아이들, 특히 남자아이들은 폐쇄된 공간에 오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시장에 갈 때는 주변에 아이들과 뛰어놀 만한 공간이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부모가 그런 데서 같이 놀아주고 또 아이가 좋아하는 맛난 간식도 사주면 아이는 당연히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게 된다. 부모와 대등하게 느낌을 나누고, 칭찬 받고, 뛰어 놀고, 맛난 것도 먹으니 싫을 턱이 없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미술에 대한 깊은 사랑과 자신감을 갖게 된다. 미술에 대한 지식보다 백배는 더 값진 것들이다. 더불어 부모와 대화다운 대화를 했다는 기억이 아이가 자란 뒤에도 진정한 교감의 징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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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2009-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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