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만화 캐릭터를 인형으로… “색다른 즐거움 주고 싶었죠”

토종만화 캐릭터를 인형으로… “색다른 즐거움 주고 싶었죠”

입력 2009-06-08 00:00
수정 2009-06-0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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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임덕영 현대미술관서 툰토이 전시

앗! 로봇 찌빠와 로보트 킹, 미스터 손이 평면을 떠나 입체로 새롭게 다시 태어났네…. 지난 3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만화 100년 전시회에서 ‘툰토이, 만화를 만나다’라는 코너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만화 유명 작품 20개의 주인공들이 툰토이라는 입체 캔버스를 통해 앙증맞게 부활해 즐거움을 전달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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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토이는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과 장난감을 뜻하는 토이(Toy)의 합성어로, 임덕영(35) 작가가 고안했다. 입체 캔버스라는 개념이 어렵다면, 레고 인형에서 모티프를 따온 일본의 큐브릭이나, 홍콩의 퀴를 떠올리면 되겠다. 만화에 사용되는 말풍선 모양의 머리가 특징인 툰토이는 쉽게 말해 만화 주인공들을 재미있게 입체화한 캐릭터 인형. 외국 만화 캐릭터 인형의 홍수 속에 토종 만화 캐릭터 인형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요즘, 툰토이는 그만큼 반갑게 다가온다.

●로봇 찌빠 등 유명만화 주인공 20개 재탄생시켜

4일 부천만화산업 종합지원관에 ‘플라잉툰’이라는 보금자리를 꾸리고 있는 임 작가를 만났다. 그는 “일본, 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만화를 이용한 캐릭터 상품이 거의 없다. 입체 캔버스에 우리 주인공을 담아 부활시켜 보자는 게 이번 전시의 취지”라면서 “기존 만화 전시회는 익숙해진 출력물에 의한 평면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세련미가 없었다. 새로운 창작의 틀로 만화에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해 색다름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 작가는 10년차 만화가다. 평소 만화를 즐겨보고 취미 삼아 그리기도 했던 그는 1999년 공익근무요원일 당시 밤 시간을 이용해 이희재, 박재동 화백이 강사로 나선 만화 아카데미를 수강하며 프로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은 어린이 만화 학습지와 과학 잡지에 ‘미션 키트맨’, ‘별난 가족’, ‘꼬마 뱀파이어’를 연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캐릭터 인형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길을 걸었다. 처음에는 피겨(피규어)에 꽂혀 수천만원을 쓰는 ‘수집 광’이 됐으나 이제 국내 만화 캐릭터 인형 시장의 개척자로 나설 정도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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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야 툰토이를 보며 즐거움을 만끽하겠지만 약 4개월의 준비·제작 기간 동안 뼈를 깎는 아픔이 있었다. 우선 캐릭터 원작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원래 이미지가 왜곡될까봐 꺼려했던 원작자들은 결과물을 접하고는 크게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제작 과정도 어려웠다. 머리와 팔, 몸통과 다리 등 원형 만들기에서부터, 제대로 멋을 내기 위한 깎고 다듬기, 거기에 피겨 아티스트들의 채색에 이르기까지 비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쉽지 않았다. 임 작가는 “이번 전시를 꾸리는데 세계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지닌 국내 피겨 아티스트들의 힘이 컸다. 특히 이찬우, 황찬석, 강인애 작가 등은 해외 시장에서 원형사로 활약하기도 한다. 나만의 전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전시”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회가 더욱 주목되는 까닭은 툰토이가 국내 만화의 2차 시장을 개척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원소스멀티유즈(OSMU)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을 이루며 만화 장르가 조명받았으나 큰 열매는 없었다. 물론 뽀로로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끈 토종 상품도 나왔으나 그것은 만화가 아닌 애니메이션 쪽 이야기일 뿐. 일본, 미국에선 만화가 연재되며 인기를 끌면 곧바로 캐릭터 상품 제작에 들어가고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애니메이션도 인기를 끌면 이에 따른 캐릭터 상품을 또 내놓는다. 처음부터 만화의 2차 상품화를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단순히 귀엽다고 해서 캐릭터가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설정과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매력적인 만화 캐릭터들이 많았으나 자체 2차 시장이 없어 사장된 경우가 허다하다.”고 아쉬워하는 임 작가는 툰토이의 상품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갈 길 먼 만화캐릭터 시장 개척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그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곁들인다. 국내 만화의 OSMU가 활발해지려면 정부의 지원사업이 대형업체에 쏠리는 게 아니라 영화 분야에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것처럼, 자본력에서 뒤지는 중소업체의 아이디어를 살리는 방향으로도 골고루 분배돼야 하고 예술성에만 집착하지 말고 대중성·상업성도 비중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자, 원작자, 제작자의 하모니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임 작가는 “툰토이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단순히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서 무엇인가 해냈다는 자체가 뿌듯하다. 앞으로 국내 만화 캐릭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더 진화된 형태의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9-06-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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