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등 신랄한 풍자… 신인답지 않은 구성력 돋보여”
올해도 150여편의 희곡이 접수되었다.드라마 장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진 탓인지 터무니없이 미숙한 희곡들은 줄어든 반면 눈이 번쩍 뜨이는 작품은 여전히 찾기 힘들었다.
최근의 경제적으로 암울한 세태를 반영하듯 응모작들 중에는 사채의 덫에 걸린 가장,성매매 하는 딸,노숙자, 청년 실업자 등을 다룬 희곡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촛불시위,해외파병 등 정치적인 문제를 건드린 응모작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당선작인 안재승의 ‘청구서’ 역시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신랄한 풍자로 극화해내고 있다.파산한 후 빚을 갚기 위해 파키스탄에 건너가 자작 인질극을 벌인 가장(家長)을 둘러싸고 사회 구성원들과 가족들의 각종 오해와 부풀리기,속이기와 쇼하기와 정면 대처하기 등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그런 가운데 정부,언론,종교,각종 이익집단들,네티즌,사채업자,시민단체,심지어 가부장제에 대한 풍자들이 여기저기서 빛을 발한다.복잡하게 얽히는 에피소드들을 구성하고 몰아가는 솜씨,극적 언어의 구사,극 전체를 타고 흐르는 리듬감 등이 신인의 솜씨답지 않게 능란하면서도 발랄하다.다만 풍자의 대상들이 너무 많다 보니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가 다소 혼란스러워지고 에피소드들이 너무 꼬이다 보니 마지막 청구서의 의미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해 아쉽다.
당선작 외에 상가집의 부조리한 풍경을 스케치한 이계형의 ‘숲에는 바람소리’,연인들 간의 스쳐가는 관계를 그린 연성이의 ‘우는 사람들’,쓰레기 집하장 노인들의 애환을 다룬 최진희의 ‘섬에서’,폭력적 상황에서의 긴장과 분노를 표출한 조병여의 ‘묵은 안개’ 등이 심사대상으로 논의되었으나 각각의 작품들이 지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완성도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었다.
손진책·김방옥
2009-01-02 2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