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사 ‘친일사전’ 수록 재고 요구

천주교 인사 ‘친일사전’ 수록 재고 요구

입력 2008-08-14 00:00
수정 2008-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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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편찬위에 공문

민족문제연구소·친일인명사전편찬위가 출간 예정인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에 천주교 인사들이 포함된 것과 관련, 천주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지난 4월 29일 발표된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에 대한 이의제기 접수 종료를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민족문제연구소·친일인명사전편찬위에 공문을 보내 천주교 인사들의 사전 수록을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교구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4월 수록 대상자 발표 직후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적극적인 친일인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천주교계의 입장을 최종 전달한 것으로 관측돼 결과가 주목된다.

노기남 대주교·장면 등 7명 포함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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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가 2005년 8월 3000명에 이어 이번 발표한 친일 인사는 16개 분야 4776명. 명단에 포함된 천주교 인사는 최초의 한국인 주교인 노기남(1902∼1984) 대주교를 포함해 김명제(1873∼1960)·김윤근(1878∼1943)·신인식(1894∼1968)·오기선(1907∼1990) 신부, 장면(1899∼1966)·남상철(1891∼1978) 등 7명이다.

서울대교구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국민정신 총동원 천주교연맹, 국민총력 천주교연맹 등의 단체에 간부로 속했던 이력 탓에 친일 인사로 선정됐다.

천주교계에선 노기남 주교만 하더라도 1939년 ‘국민정신 총동맹 경성교구 연맹’ 부이사로 선출됐지만 1942년 신사참배에 맞서 도쿄 주재 교황사절 마렐라 대주교와 도쿄 대교구장 도이 대주교와 대책을 협의한 사실을 높이 사고 있다.

김명제 신부도 1941년 일본 경찰에 의해 사리원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어 보름간 신문과 고문을 당한 후 석방됐다. 김윤근 신부는 1910년 평북 용천 비현본당 초대 주임으로 성당 건립을 추진하는 등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등지에서 사목한 인물. 신인식 신부는 황해도 신천 주임을 거쳐 1937년부터 해방 이전까지 동성상업학교 교사로 활동하며 ‘가톨릭 청년’‘경향잡지’ 편집에 참여한 사제로 유명하다.

오기선 신부는 교구장을 일본인으로 교체하려는 일제의 계획을 막으려 1941년 도일, 교황사절 마렐라 대주교를 설득해 서울교구장에 한국인을 임명케한 장본인. 장면은 미국 유학 후 평양교구에서 메리놀회 선교사를 도와 교회일을 돌보다 초대 주미대사와 제2공화국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남종삼의 손자인 남상철은 일본 와세다대학 졸업 후 교사와 도의회 의원을 지낸 뒤 해방 후 영친왕 환국 추진위원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일본의 강압 등 불가피한 상황 고려해야”

서울대교구는 민족문제연구소·친일인명사전편찬위에 보낸 공문에서 “전쟁 마지막 시기 종교 등 각 단체 책임을 진 인물은 일본이 강압적으로 만든 총동원단체의 장이 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단체에 속했지만 ‘일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한 적극 협력자는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서울대교구는 편찬위측에 당시 상황과 관련 인물 자료를 함께 제출했다.

현재 민족문제연구소·친일인명사전편찬위는 29일로 예정됐던 친일문제연구총서(전17권) 1차분 인명편(전3권) 발간을 연기한 채 고문변호사단을 구성, 검증 작업을 다시 진행하고 있는 상태. 천주교계의 주장을 얼마만큼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지난 2000년 주교회의가 일제강점기 한국천주교의 행위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반성과 사과를 한 것을 비롯해 천주교 교회에서 참회와 개선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일제의 강압에 형식적으로 맡게 된 자리를 문제삼아 일방적인 친일인사로 낙인함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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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2008-08-1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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