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 생활어·직업어에 ‘숨결’

사라질 위기 생활어·직업어에 ‘숨결’

정서린 기자
입력 2008-06-05 00:00
수정 2008-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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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민족생활어 조사·보존작업 실시

제주시 애월에 사는 한 해녀의 말.“애고 이젠 대통령 삶이주기. 곤썰이 어디 셔? 식게 때나 곤밥 요만히 허영 먹엇주기. 경허연 살아서.” 이것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아이고 이제는 대통령 삶이지. 쌀이 어디 있어? 제사 때나 쌀밥 요만큼 해서 먹었지. 그렇게 살았어.”라는 뜻이다.

강원도 인제의 심마니는 ‘비녀꼭지’를 조심스레 다룬다. 심마니와 비녀가 무슨 상관일까. 비녀꼭지란 산삼 뿌리의 맨 윗부분에 난 돌기로, 다음해에 싹이 나올 부분을 가리킨다.

경기도 한지장이, 충청도 단청장·대장장이·무속인, 전라도 참빗장·젓갈·김치, 경상도의 옹기장·사기장·혼례음식, 제주도 해녀·민속주….‘체험, 삶의 현장’의 현장 목록이 아니다.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이 지난 한 해 조사한 기층 생활어와 직업어의 항목이다.

국어원이 펴낸 ‘2007년도 민족생활어 조사 보고서’(전10권)는 전국 6개 권역 26곳을 대상으로 삼았다.34개 분야 71명의 제보자로부터 정감 넘치는 ‘우리말’을 채집했다. 국어원이 민족생활어를 조사해 보고서로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국어원이 국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만든 이 보고서에는 1만 1603개 어휘가 실렸다. 이 중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어휘만 6401개.111개의 구술자료를 포함,3835장의 사진,2개의 동영상도 담겼다.

국어원은 지난해 3억원과 조사원 10명을 투입해 이번 조사를 실시했으며 오는 2016년까지 이 같은 작업을 계속해 매년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국어원은 특히 직업이 다양하게 분화·생성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 법조계·언론계 등 특정 직업군의 ‘직업용어’에 대한 어휘 분석도 보고서에 담을 예정이다.

국어원 측은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식민 지배와 전쟁 등의 변화를 겪고 전통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우리의 고유 생활어와 전통 직업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를 보존·전승하기 위해 체계적인 조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8-06-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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