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신문고시 규제완화’ 방침에 우려 목소리
취임 한 달을 맞은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13일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신문고시가 규제완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이명박 정부 미디어정책의 새로운 논쟁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성유보 전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2003년 1월(당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언론사 과징금 취소 결정 철회와 신문고시 개정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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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장 “충분히 여론수렴할 것”
백 위원장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문고시가 신문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해왔다는 지적에 대해) 시장의 반응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신문협회와 상의하는 등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전면 재검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학계는 신문고시 개정 혹은 폐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불공정 신문판매 관행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문효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백 위원장은 옳지 못한 방법으로 신문확장을 주도해온 메이저신문의 반응을 전체 신문사의 공통된 입장인 양 호도하고 있다.”면서 “신문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해야 할 공정위의 정책이라곤 믿기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고시의 공식명칭은 ‘신문법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이다. 연간 구독료 20%를 초과하는 경품 및 무가지 제공을 금지하고, 위반할 땐 과징금 부과와 형사고발 등의 제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문고시는 자본력을 앞세운 메이저신문이 경품과 무가지를 경쟁적으로 끼워 팔면서 양산한 극심한 불공정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1996년 처음 제정됐다.98년 12월 당시 규제개혁위원회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폐지했다가, 고가 판촉물을 이용한 신문사의 출혈경쟁이 다시 격화되자 2001년 7월 국민의 정부는 신문고시를 부활시켰다.2003년 5월 갓 출범한 참여 정부가 재차 규정을 강화했으나,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뀌자마자 또다시 수술대에 오르는 운명을 맞았다.
유선영 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장은 “신문고시의 필요성은 학계에서도 인정하고 경험적으로도 확인된 상태”라면서, 매번 똑같은 논쟁을 반복하며 신문고시 제정과 폐지가 거듭되고 있는 이유를 “몇몇 거대 신문이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불법판촉 용인이 자유시장 원리 아니다”
신문고시가 폐지될 경우 나타나는 우선적인 부작용은 ‘무가지 끼워 팔기’를 막을 방법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신문사의 불법 판촉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일반 불공정거래 행위로 간주돼 ‘경품고시’의 적용을 받게 되나, 무가지와 경품을 함께 규제하는 신문고시와 달리 경품고시는 판매대금의 10%를 초과하는 경품만을 처벌대상으로 삼는다. 경품고시는 특히 연매출액 20억원 이하인 사업자에겐 적용되지 않아 본사와의 연관성이 증명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신문사 지국들은 규제를 피해가는 것이 가능해진다.
신문고시 폐지 움직임과 맞물려 최근 급증하는 불공정 판촉행위는 한층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중앙리서치에 의뢰해 작성한 ‘2007년 신문시장 실태조사 최종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내에 신문 구독시 경품을 제공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2006년에 비해 24.8%나 증가한 34.7%였다. 일정 기간 구독료를 면제받은 사람도 전년보다 20.8% 높아진 62.2%로 나타났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불법판촉 행위까지 용인하는 게 자유시장 원리는 아니다.”라면서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없애겠다면 불공정 과열 경쟁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부터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2008-04-1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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