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신춘문예-동화당선작] 심사평

[서울신문 신춘문예-동화당선작] 심사평

입력 2008-01-04 00:00
수정 2008-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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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구성 속 시적 울림 ‘탁월’

올해의 동화들은 예년에 비해 응모작이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그에 상응하는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한 경향이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 결선에 오른 세 작품은 빼어난 작품성으로 그 아쉬움을 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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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할아버지의 검은 돌멩이’(신숙희)는 외로운 산골 노인과 벌 받아 인간 나라로 온 꼬마 도깨비 사이에 정이 쌓이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으로, 재치 있는 환상과 활기 있는 문장, 자연스러운 의인화 장치들이 좋았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고독이라는 모티프가 너무 무거운 관념으로 뭉쳐져 그 재치와 활기를 압박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 아이’(김현실)는 심상치 않은 가정폭력 이야기를 눈 부릅뜨고 지켜보며 전해준다. 자칫 사납고 무서워질 수 있는 소재이지만, 작가의 눈물 그렁한 눈과 한숨 어린 입은 이야기를 부드럽고 애잔하게 끌고 간다. 단정하고 안정적인 문장과 연민 가득한 시선, 침착한 구성이 가정폭력 문제를 분노나 동정이 아닌 공감과 반성의 차원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당선작으로도 손색없을 터이지만,‘꼬르륵’(이성율)이라는 탁월한 작품에 아깝게 자리를 내주었다.

달동네 한 구석의 하루 저녁 풍경이 고즈넉하게 펼쳐지는 ‘꼬르륵’은 배고픈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참 평화롭고 배부른’ 결말로 나아간다. 저녁 한 끼 해결하기가 어려운 꼬마와 할머니와 대학생의 짧은 에피소드 세 조각이 독창적이면서 정교한 구성으로 맞물리며 독자의 마음을 그득 채워준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 부드러운 문장 속으로 시적인 울림이 잔잔하게 퍼져나간다. 초반부에 살짝 비치는 감상성이 곧 극복되는 점, 시제의 선택이 적절했다는 점도 믿음직해 보인다. 이토록 예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당선작으로 낼 수 있음을 기쁘게 생각하며, 당선자에게 축하를, 다른 분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조대현·김서정

2008-01-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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