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개인전 연 원로조각가 최만린씨
“(다작을 하기엔)아무래도 육체적으로도 무리가 되지요. 농부가 나이가 들면서 큰 농사를 못 짓는 대신 집 앞 채마밭에서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지요. 평생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고…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노(老)작가에게 6년 만의 전시는 ‘과작’의 결과만은 아니다. 더 이상 급하지 않아도 좋은 여유이고, 치열하게 메워온 삶에 대한 자기확신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0’으로 잡았다. 아무것도 없다는 단순한 의미로,‘딱히 설명할 것도 없이 그냥 보고 느끼면 되는´ 둥글둥글한 모양의 작품 20여 점을 내놓았다. 불교에서의 공(空)을 뜻하기도 하는 제목에 특별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게 작가의 메시지인 셈이다.
고희를 넘기며 그가 얻은 해답은 “작가는 가슴으로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것. 미켈란젤로·로댕의 심장소리를 들으려고 애도 써봤고, 석굴암 본존불 앞에서 기다려도 봤지만 해결책이 없었다. 그러다 뜻밖에도 2만년 전 원시인들이 만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앞에서 그 정직함에 감동받아 작품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번 주제인 ‘0’은 근년 들어 꾸준히 작업해온 연작 테마이기도 하다. 인체형상을 통해 존재의 근원을 묻는 ‘이브’, 동양적 생명관과 우주관을 유기적 구조로 담아낸 ‘태(胎)’, 서체의 획을 추상화시켜 형태의 근원을 암시하는 입체작품 ‘점(點)’등 이전 연작에서 파생된 시리즈이다. 만물의 근원인 인간과 인간이 존재하는 자연과 우주, 이를 모두 상징하는 둥근 형태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최만린은 중학교(경기중) 3학년 때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국전에 출품한 작품이 입선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상대를 다닌다며 부모를 속이다 대학(서울대 미대) 4학년 때 출품작으로 큰 상을 받는 바람에 뒤늦게 들통나 혼쭐이 났던 추억도 벌써 50여년이나 됐다.
“몇해 전 캐나다에서 조각가 헨리 무어의 석고 원형만 모은 전시를 보고 무척 부러웠다.”는 그는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 우리 미술풍토가 안타깝다고도 했다.40년 동안 서울대 미대 교수, 또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현재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촌장이다.(02)734-0458.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7-11-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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