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O형이라서 지도력이 돋보인다.’,‘△후보는 A형이라 소심해서 큰 정치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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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연세대 심리학과 손영우 교수는 혈액형에 따라 성격과 행동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발표했다. 각 언론은 이를 기반으로 대통령 후보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기사를 앞다퉈 게재했다.
손 교수 연구에 따르면 O형이 가장 외향적이고 A형은 내성적이다. 논리성은 A형이 가장 높은 반면 B형이 가장 낮았다. 리더십과 사교성은 O형이 가장 높았고,B형이 가장 이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가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O형인 사람 중에서 뽑아야 하고,B형은 절대 대통령감이 아닌 셈이다.
●성격과 혈액형 상관관계, 과학적 검증 힘들어
대통령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도 젊은 여성들에게 ‘혈액형과 성격’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다.
여성잡지에는 한 달이 멀다하고 ‘내 혈액형에 맞는 남성’이나 ‘혈액형별 사교법’ 등이 등장하고, 남자친구를 소개받는 자리에서도 나이, 키와 함께 빠지지 않고 물어보는 것이 혈액형이다.
그러나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결과를 찾기는 쉽지 않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심리학의 영역에서만 가끔 다뤄지며 상관관계를 발표한 손 교수도 “혈액형별 성격유형은 상대적인 관점으로, 여러 환경적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기 때문에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혈액형과 성격이 정말 상관관계가 있다면 이를 입증하는 과학적 연구는 왜 이뤄지지 않을까?
●‘점’과 같은 운명론에 불과
중세 이전부터 외과 수술이 이뤄진 서양에서는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사가 수없이 발생했다.19세기 이후 수혈이 시작되면서 혈액의 응고나 응집 현상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
칼 란트 스타이너는 1901년 항체와 항원에 따라 인간의 혈액형을 A,B,O로 구분했다.ABO식 혈액형은 본질적으로 ‘피의 응집 현상’의 차이일 뿐이다. 스타이너의 연구 이후 과학자들은 Rh+,Rh- 구분을 비롯해 무려 150여가지의 혈액 구분 기준을 만들어냈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1970년대 일본의 저널리스트 노오미 마사히코가 책으로 펴내면서 유명해진 이론으로,1920년대 발표된 후루카와의 ‘혈액형에 따른 기질 연구’라는 책을 토대로 하고 있다.
1920년대는 복잡한 혈액형 분류가 밝혀지기 전으로 후루카와가 연구할 수 있었던 혈액형은 ABO식 분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연구를 위해 조사한 대상은 고작 319명이었다.
특히 후루카와가 연구하던 시대의 독일은 인종에 따라 사람의 능력이 다르다는 ‘우생학’이 호응을 얻던 때였다. 당시 학자들은 인종간의 차이를 입증하기 위해 애썼지만, 현재에 와서 우생학은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곳은 일본과 한국뿐이다.
혈액형에 따른 성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리적·사회적 환경이 같은 상태에서 혈액형만 다른 실험군을 긴 시간 동안 같은 상황에서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이런 실험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같은 시도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인격 형성에는 후천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과학적인 대전제로 인해 연구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는 ‘점’이나 ‘타로카드’처럼 검증되지 않은 운명론과 다르지 않다.‘오늘의 운세’가 특별히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듯이 본인의 성격이 혈액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그런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07-11-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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