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팬 사랑 원해”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은 미국의 명배우 폴 뉴먼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고, 이제 더 잘 할 수 없을 것같아 연기생활을 접는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 고희를 맞은 ‘데뷔 동갑내기’ 가수 현미 의 생각은 다르다.“은퇴는 없어. 내 목소리가 퇴색하는 날, 그 때라야 무대에서 내려올 거야. 목소리를 아끼기 위해 남들은 운동삼아 한다는 골프조차 치지 않아. 골프를 하면 목소리가 갈라지거든. 그래서 동료가수 패티 김과 굳게 약속했지. 우리는 노래할 수 있는 날까지 절대 골프채를 손에 잡지 말자고.”
70세 나이를 무색케 하는 현미의 크고 맑은 목소리는 TV뉴스에도 소개될 만큼 예전부터 유명했었다.
“1962년 1집앨범 수록곡 ‘밤안개’를 녹음할 때였어.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녹음실 음량을 조절하는 콘솔 박스 게이지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벽만 두드리고 있을 정도였어. 이 모습이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지.”
현미가 처음 연예계에 발을 디딘 것은 1957년 미 8군 무대를 통해서였다. 당시엔 칼춤 등을 추는 무용수로 활동했다.
그러다 한 여가수가 공연을 펑크냈고, 훗날 결혼하게 되는 작곡가 고 이봉조 선생의 권유로 ‘아!목동아’란 팝송 번안곡을 부르게 된 것.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본격적인 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얼마전엔 바비 킴, 부기킹즈 등 쟁쟁한 젊은 뮤지션들이 소속된 오스카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제 2의 음악인생을 시작했다. 오는 11월23일 그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꿈의 공연’을 펼친다.50년만에 처음으로 베스트 앨범도 낸다.
“전 남편(고 이봉조)이 임종을 앞두고 날 위해 10곡가량 노래를 만들어 두었다고 하더군. 그 동안 악보만 보관하고 있었는데, 큰아들(이영곤·46)이 이번 앨범에 내 목소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외톨이 파랑새’란 노래를 수록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어. 그러마 했지. 이 노래 외에도 신곡을 한 곡 정도 더 실을까 생각 중이야.”
그동안 그녀가 발표한 앨범은 LP판 50장과 1996년 이후 내놓은 CD 2장 등 52장. 무려 53집이 될 이 앨범은 연말쯤 나올 예정이다.11월23일엔 예의 ‘크고 맑은 목소리’로 단독 공연도 벌인다. 이 또한 데뷔 후 처음이다.
“그 동안 연말이면 꾸준히 디너 콘서트를 열었어. 하지만 나를 위한 자리는 아니었지. 노래만을 위한 자리는 더더욱 아니었고. 이번엔 나와 나의 노래가 중심이 되는 멋진 쇼를 만들 거야. 단 한 번의 무대를 통해 멋있게 나이먹어 가는 가수도 있다는 걸 보여줄 거야.”
51년차 가수 현미의 활동계획이 궁금했다.
“계획? NO!내일 일은 아무도 몰라. 그저 부닥치며 사는 거야. 바람은 있어. 앞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 난 아직도 사랑에 목말라.”
고 이봉조 선생과의 결별 이후, 아들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야간업소를 7군데나 전전하는 등 씩씩하게 살아온 현미다. 항상 맑고 호방하지만, 사랑받고 싶다는 대목에서 어딘가 여성스러움도 묻어나는 ‘그녀’의 모습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글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07-08-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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