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물러난 후 ‘삶의… 집’ 연 원불교 박청수 교무

현역 물러난 후 ‘삶의… 집’ 연 원불교 박청수 교무

입력 2007-06-14 00:00
수정 2007-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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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완주한 뒤 마지막 순간 가슴에 와닿는 결승 테이프의 느낌을 아시나요?” 지난 1월 26년간 몸담았던 서울 강남교당 교무를 마지막으로 50년간의 현역 교역을 마무리하고 최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에 아담한 거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마련해 살고 있는 원불교 박청수(70) 교무.12일 이곳을 찾은 기자를 반갑게 맞은 박 교무는 집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특유의 살가운 말투로 지난 시절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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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박청수 교무가 지난 1월 정년퇴임 후 용인으로 옮겨 살고 있는 거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소개하고 있다.
원불교 박청수 교무가 지난 1월 정년퇴임 후 용인으로 옮겨 살고 있는 거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모든 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같은 것은 없어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별 어려움 없이 생각했던 일들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도와주신 분들의 은혜를 갚기 위해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야지요.”

‘시집가지 말고 너른 세상에 나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평생의 지침.50여년간 53개국을 일일이 다니며 해놓은 그 많은 봉사의 이력은 어머니가 주신 평생 지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1956년 출가해 원불교 교무가 된 뒤 지구촌 55개국에서 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나눔과 봉사에 몸을 던져 이른바 ‘가난한 나라’들에선 ‘마더 테레사’와 비교하는 ‘마더 박’으로 통할 만큼 유명해졌다. 지난 1월 정년퇴임할 때까지 역시 원불교 교무였던 어머니를 자신이 교역하던 강남교당에서 모시고 살았을 만큼 효심도 지극하다.

나라 안팎에서의 봉사는 대안학교로 이어져 지난 2002년 전남 영광의 성지 송학중학교에 이어 이듬해 용인에 헌산중학교를 설립해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한겨레중·고교도 열었다. 새 거처 ‘삶의 이야기가 있는 집’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안학교 헌산중학교 바로 옆이다. 평소 가까웠던 원불교 교도들의 도움을 받아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 살림 공간과 법당, 삶의 흔적들을 모은 사진이며 자료들을 모아놓은 자료관으로 꾸몄다.

“은퇴 전 전남 영광 영산성지에 작은 토담집을 짓고 성지를 찾는 외국인들의 길잡이로 마지막 생을 마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여러가지 일이 꼬여 뜻한 대로 되지 않았지요. 은퇴하면서 짐을 정리하다 보니 지난 시절 외국에서 가져온 자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냥 처분하기엔 아까운 것들이어서 결국 자료관을 꾸몄지요.”

손수 밥을 짓고 빨래며 허드렛일까지 하고 있지만 새 생활에 아주 만족한 듯 보였다.1월 이곳으로 옮겨온 뒤로 일간지 등에 썼던 칼럼과 글들을 모은 책 ‘마음 눈이 밝아야 인생을 잘 살 수 있다’와 국내외 봉사활동 현장 사진집인 ‘THE MOTHER PARK CHUNG SOO’를 출간하느라 오히려 현역 때보다 더 바쁘다며 웃음지었다.

“은퇴하면서 그간 맡아왔던 사회의 이런저런 직함들을 모두 놓았더니 아주 홀가분해요. 해외 봉사활동도 다른 교무들에게 나누어 맡게 했습니다. 봉사에 필요한 지원금도 강남교당 교도들과 청수나눔실천회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젠 자연인으로 살고 싶고 지금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거듭 말하지만 지금도 헐벗고 굶주린 채 사람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박 교무. 벌여놓은 일들이 너무 많고 모두 절실한 때문인 지 “내가 죽으면 모여질 부의금도 모두 그 사람들을 위해 쓰여지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용인 글 사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2007-06-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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