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진으로 인해 점점 설 자리가 위축됐던 인물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시회가 열린다.
이달 31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계속되는 ‘온 페인팅’전에서 화가 이광호는 영혼을 담아낸 인물화 102점을 선보인다. 모두 똑같은 30호 캔버스에 98명의 인물이 앉아있는 8×12m의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비록 그림 속의 인물이지만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에 압도된다.
작가는 초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인터뷰한 뒤 소지품을 하나씩 받아 외면이 아니라 영혼을 만지려 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 비디오와 모델의 소지품도 함께 전시된다.
캔버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유명인이 아니다. 작가가 주변에서 매력을 느낀 이들에게 모델이 돼달라고 부탁해 그린 것이다. 작가가 입주 작가로 활동했던 창동 스튜디오에서 마주친 미술인들,‘괴물’ 등의 영화에 단역으로 자주 출연했던 식당 주인, 화랑의 인턴 사원, 가족 등이 모델이 됐다.“인물을 그리는 것은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이광호는 모든 사람을 180㎝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눈 뒤 평균 15시간만에 한 작품을 완성했다.
각 인물마다 사용한 붓의 종류와 크기뿐 아니라 붓의 흔적도 다르다. 대상을 이해한 만큼 캔버스 위에 재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가는 인터뷰의 기억을 바탕에 두고 사진을 보면서 작품을 완성했다.
이광호의 인물화와 함께 노충현이 그린 동물이 없는 동물원 공간을 담아낸 그림,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최연소 작가였던 문성식의 세필화도 전시된다.
또한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오는 17∼31일 열리는 ‘우리시대의 얼굴전’에서는 지난해 우리 사회 뉴스의 중심에 서있었던 유명인을 만날 수 있다.
중국 태생으로 루쉰(魯迅)미대를 졸업한 이광춘 경기대 교수가 수묵담채의 힘찬 필치로 인물의 특징을 잡아냈다. 작가는 “캐리커처의 기법을 일부 차용하면서 인물의 눈빛과 자세를 중시해 그려낸다.”고 설명했다.
인물을 직접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유명인이다 보니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며 특징을 며칠간 연구한 뒤 대부분 이틀안에 작품을 완성한다고 한다. 시원한 필치로 인물의 개성을 잡아내는 작가는 고(故) 이병철, 정주영 회장,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등이 초상화를 부탁할 정도로 필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미술평론가 이재언씨는 “인물화는 당대의 인물과 작가의 생애를 연구하는 데 있어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 에너지가 가장 많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그 가치는 일상속의 이웃이나 친구뿐 아니라 시대를 풍미하는 유명인을 그렸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