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텍스트로 영화를 뜯어봐야 하는 기자들은 눈이 흐려질 때가 많다. 이래저래 순수한 감상을 방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 신작 ‘라디오 스타’(제작 영화사 아침·28일 개봉)는 반대의 경우다. 작품 이면의 유기적 ‘관계’들, 그 화학반응 덕분에 곱절 더 풍성해진 스크린의 질감을 확인할 수 있어서이다.
(이준익+정승혜)×(안성기+박중훈)=라디오 스타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이준익(오른쪽) 감독과 정승혜 영화사 아침 대표.‘라디오 스타’는 15년지기인 두 사람이 감독과 제작자로 빚어낸 첫 작품이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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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충무로 영화사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마구잡이로 서로의 흉허물을 후벼파도 절대 뒤탈없는, 수다처럼 분방한 인터뷰가 15년지기의 내공을 그대로 보여줬다. 정 대표는 이 감독의 영화사 씨네월드의 디자이너로 출발해 지난해 새 살림(아침)을 차린 충무로 아이디어 뱅크. 여전히 사무실을 나눠쓰는 두 사람이 감독과 제작자로 만난 첫 작품이 ‘라디오 스타’이다.
●이준익 감독 ‘왕의 남자’를 개봉한 지 불과 9개월 만이에요. 전혀 다른 질감의 드라마인데, 무슨 용빼는 재주로 그 짧은 시간에 영화 두편을 찍어? 기획은 정 대표가 다 했어요. 한참 ‘왕의 남자’를 찍고 있을 때 시놉시스를 봤고…딱히 이유도 없었어요. 그냥 내가 하게 된 거지.
●정승혜 대표 그냥 만만하니까 시나리오를 맡겼죠.(웃음)‘왕남’ 개봉 이후였다면 감독님이 거절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요. 드라마가 더 세져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보통 스타감독들이 스스로 빠지는 함정이 그거거든요.
●이 감독 그건 아니야. 알잖아, 내가 눈앞의 현실에 충실한 인간유형이란 걸. 내일을 꿈꿀 시간에 오늘 닥친 일이나 절박하게 해내자, 그게 내 신조잖아. 그리고 부담될 게 없잖아.‘왕남’이 그 많던 빚도 다 갚아줬는데….
●정 대표 요즘 연일 일반시사를 갖고 있는데 남자관객들이 눈물을 흘려요.80년대의 흘러간 스타, 그러나 엄연히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에 보내는 애정어린 시선에 어떻게든 동감들 한다는 얘기죠. 퇴짜 인생에 박수를 보내는 여유는 누가 뭐래도 감독님 주특기예요.
●이 감독 특별한 건 없고. 분명한 건 내 나이에 만들어야 제격인 작품이란 건 사실인 것 같네요. 성기(안성기)형이 자평하더라고, 골칫덩이 퇴물스타와 그의 멘토가 엮는 훈훈한 이야기가 힘들고 고단한 자들의 가슴을 데워준다고.30대 중후반 남자관객들이 많이 울컥하는 모양인데 40대를 맞는 버거움과 힘겨운 현실에 감정이입되니까 그렇겠지.
●정 대표 최곤과 박민수는 우리 ‘집단’이랑 꼭 닮았어요.(정색을 하고)빚더미에 하루하루 궁핍했어도 출근길이 늘 행복했어요. 나를 아껴주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오야지’가 내 곁엔 있다 싶어서…. 그 믿음으로 다음 영화를 또 같이 하기로 했는데 이번엔 멜로예요. 감독님이 처음 도전하는 치명적 멜로. 제목도 밝힐 수 있어,‘매혹’. 잘 되겠죠?
●이 감독 좋아하는 배우가 하자면 난 무조건 해. 정진영이 멜로 찍자는데 덤벼보는 거지. 사실 멜로를 몰라. 너무 몰라서 한번 배워보려고.(웃음)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6-09-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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