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달라 주목받는건 싫어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개그콘서트 연습실. 수십명의 개그맨들이 대기실과 리허설실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샘, 우리 차례야. 빨리 가자.”개그콘서트의 터줏대감 박준형의 목소리가 들린다. 수첩을 보며 열심히 연습을 하던 샘 해밍턴(27)이 “넵, 형님∼”하며 따라 나선다. 리허설실에서 시작된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인터뷰’에서 해밍턴은 외국자본의 ‘먹튀’를 재미있게 꼬집는다. 김석현 PD와 선배들의 조언을 들은 뒤 무대에서 내려온 그를 만났다. 시종일관 유창한 우리말로 ‘한국에서 외국인 개그맨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풀어놨다.●“개그는 나의 운명∼”
샘 해밍턴 개그맨
“배우 출신인 어머니가 호주 방송국 PD로 일하셔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연기를 했어요. 대학때는 튀고 싶어서 한국어와 마케팅을 복수전공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키웠습니다.”교환학생으로 고려대에서 공부한 뒤 2002년부터 아예 한국에 눌러앉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생활은 쉽지만은 않았다.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재현배우’역할을 간간이 맡다가 돈벌이를 위해 건설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대학로 공연장 등을 돌며 틈틈이 기회를 엿봤다. 회사를 나와 다시 재현배우 생활을 했으나 일감이 별로 없어 방송을 관둬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영어학원 강사를 할까 하다가 개그공연에서 도우미를 했는데 한국말을 잘 해서 눈에 띄었나봐요. 덕분에 개그콘서트팀에서 연락이 와 개그맨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그러나 첫 고정 출연작 ‘월드뉴스’는 8주만에 막을 내렸다.“코너가 없어져 아쉬웠지만 당시 유행어를 아직도 기억하는 분들이 있어 신기해요.” 앞서 2003년에는 ‘갈갈이’ 박준형측이 연락을 해와 국내 최초로 속담과 ‘콩글리시’를 접목한 영어개그를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방송 불가. 박준형과의 재회는 지난해 영어개그를 다시 추진하면서 이뤄졌다. 이번에는 방송에 나가기 전 전국을 돌며 공연을 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인터뷰’가 방송을 타면서 영어로만 이뤄진 대본에 우리말을 넣었고, 아유미·다니엘 헤니·히딩크·로버트 할리 등 외국인 연예인의 성대모사를 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 중이다.
●“만능 엔터테이너가 꿈”
그는 외국 개그와 한국 개그가 많이 다르다고 했다. 거침 없는 말로 웃기는 외국 스탠딩 코미디와 달리, 한국 개그는 액션도 필요하고 계속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 빨리 흘러간다는 것. 그래서 집중력도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박준형의 말처럼 ‘조금 떠서 설날 외국인 장기대회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지만 이제 시작이고 배울 것이 많다며 겸손해했다.“아직 많이 부족해서 한 단계씩 밟아나가려 하지만 나름대로 욕심도 많아요. 시사개그는 물론,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도 도전하고 싶고 미국 등 해외로 진출하는 꿈도 갖고 있습니다.”
그의 가장 큰 소망은 소박한 듯하면서도 쉽지 않아 보였다.“외국인이라서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역할도 맡아 자연스럽게 인정받고 싶어요. 국적으로 비교되지 않고 제 개그가 재미있고 참신하게 다가갔으면 합니다.”
글 사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6-04-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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