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팎은 ‘문화유산 보고’

청와대 안팎은 ‘문화유산 보고’

박홍기 기자
입력 2006-04-05 00:00
수정 2006-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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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청와대의 뒷산인 북악산의 숙정문 일대가 열렸다. 홍련사에서 숙정문, 촛대바위까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37년 만의 일이다. 조선시대 경복궁 후원인 북원 자리의 청와대와 북악산 곳곳에는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유적들이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 경호상 개방될 수 없었던 까닭에서다. 예컨대 일제 강점기에 경주에서 옮겨놓은 석조여래좌상, 임금의 쉼터인 오운정,‘천하제일복지’라는 글자가 새겨진 바위, 법흥사터, 만세동방계곡 등 크고 작은 역사의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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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기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석조여래좌상, 조선 중기에 바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하제일복지’문구 등 청와대에 있는 유물과 북악산 정상 아래에 놓여 있는 해태바위(사진 위부터). 청와대 경호실 제공
8세기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석조여래좌상, 조선 중기에 바위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하제일복지’문구 등 청와대에 있는 유물과 북악산 정상 아래에 놓여 있는 해태바위(사진 위부터).
청와대 경호실 제공
청와대 경호실은 최근 청와대를 중심으로 주변의 문화유산을 손수 정리한 책,‘청와대 주변 역사·문화유산’을 펴냈다.29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청와대의 유래에서부터 유적의 사진과 역사·전설까지 자세하게 기록,‘역사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문화관광부의 감수까지 받았다. 경호실측은 “출입이 통제돼 청와대 주변의 문화유산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점이 안타까워 직접 유적들을 사진찍고 자료를 모았다.”면서 “사라진 유적들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석조여래좌상 대통령 관저 뒤쪽에는 높이 1m의 석조 불상이 있다. 서울시유형문화재 제24호이지만 청와대 경내에 있어 접근이 어려운 탓인지 서울시문화재의 홈페이지에는 소재지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기록하고 있다. 원래 석조여래좌상은 경주 남산의 옛 절터에서 발견된 8세기경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이다. 석굴암 본존불과 크기만 다를 뿐 똑같다. 일명 ‘미남불’로도 불린다.

불상은 일제 강점기인 1927년 총독부 관저가 신축되면서 당시 경무대(현 청와대)터로 옮겨졌다. 일본 총독인 데라우치가 조선 문화재에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안 경주금융조합 이사 오히라가 자신의 집 정원에 뒀던 불상을 총독 관저로 가져갔다. 일본 총독의 점유물이 된 것이다. 서울시는 1974년 1월 유형문화재로 지정했으며, 현재 불상의 보호각은 1980년대인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다.

●법흥사터 청와대 동쪽 북악산 기슭에 있는 신라 진평왕 때 내옹 스님이 창건한 절이다. 현재 주춧돌 등 일부만 남아 있다.1965년 청오 스님이 현재 절터에 증축해 사용했으나 68년 1·21사태 이후 신자들의 출입이 제한되면서 폐허가 됐다.

●만세동방계곡 법흥사 아래에 있는 계곡이다. 중턱에는 ‘만세동방 성수남극(萬世東方 聖壽南極)’이라고 쓰여진 약수터가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재직때 약수물을 손수 떠다 마셨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78년 폐쇄됐다. 수남극은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의 별인 노인성(星)으로 무병장수를 뜻한다.

●오운정 대원군이 건축한 것으로 추정되는 2.3평 정도 되는 임금의 휴식 공간이다. 청와대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오운정(五雲亭)이라는 편액의 초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다. 정자는 19세기 중엽 성행했던 전통기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地) 1989년 대통령 관저 대지를 조성하던 중 발견된 가로 2m, 세로 1.3m 규모의 바위에 새겨진 글귀다. 관저 부지가 오래전부터 명당자리였음을 의미한다. 글자는 조선중기 때인 300∼400년 전쯤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태바위·말바위 북악산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커다란 바위가 해태바위다. 멀리에서도 보이지만 접근할 수 없다. 무게만 55t이나 된다. 전설의 동물 ‘해태’와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왕조 창건 때 정도전이 물을 상징하는 해태바위가 불의 형상인 관악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말바위는 북악산의 끝이라 해서 말(末)바위 또는 말과 비슷하다고 해 말(馬)바위라고도 불린다.

●사라진 유적 문관들이 모여 글을 짓고 연회를 즐기던 융문당, 무관들이 활쏘기와 훈련을 하던 융무당은 1922년 5월 철거돼 일본 사찰의 자재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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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2006-04-0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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