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이드 스토리] 음악으로 승부하라

[B사이드 스토리] 음악으로 승부하라

입력 2006-02-07 00:00
수정 2006-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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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세계의 감춰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B-사이드 스토리’ 연재를 시작합니다. 화려한 스타들이 무대 뒤에서 어떤 모습인지, 또 음악 방송 현장을 뛰고 있는 PD는 어떤 애환을 갖고 있는지 생생하게 전하게 됩니다.‘B-사이드 스토리’ 연재는 음악전문채널 KM에서 연출을 담당하고 있는 홍수현, 조윤호, 안소현, 조은석 PD 등이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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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 PD
홍수현 PD
지난해 여름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노브레인의 보컬 성우였다.“형 큰일 났어요!”라며 약간은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로 지상파 쇼프로그램 알몸 노출 사건을 전했다. 필자는 바로 럭스의 원종희에게 문자를 날렸다. 파문이 번질 것이라고 예상을 못한 채 철모르게 ‘축하’를 담았다. 이후 뉴스를 보며 후회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미 외국이나 국내 밴드 공연에서 노출을 경험한 탓인지 당황하지는 않았다. 물론 생방송에 일어났던 사건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문제이다. m.net에서 레드핫칠리페퍼스 내한공연 중계 연출을 맡았던 때가 떠오른다. 이 밴드는 노출 퍼포먼스로 유명했고, 당시 공연에서도 서포트 밴드가 국내 최초로 노출을 감행했다. 그러나 그 퍼포먼스로 공연 수준이 떨어졌거나 난잡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방송에 앞서 외국 스태프에게 급한 연락이 왔다. 당시 공연 사운드에 만족할 수 없어서 귀국한 뒤 베이스를 다시 연주하고, 드럼 부분을 조금 고쳤다고 했다. 그걸로 방송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케이블 방송이었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그들은 음악에 대해서 프로였던 것이다. 그때 음향감독이었던 선배의 말이 기억난다.“홍 피디, 농담하지마. 뭐하러 그걸 다시 해서 주겠어?”

얼마 전 노출 사고의 주역(?)이었던 원종희를 만났다. 늘 자신감에 차있고 남자다운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세상과 타협하는 방법을 배운 듯했다.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주변으로부터 매우 냉정하게 재단되는 뼈아픈 현실을 느낀 것 같았다.

솔직히 필자도 개인적으로 친하다는 이유로 ‘단독 인터뷰나 해볼까?’하는 마음을 먹었다.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하고 싶다. 또 펑크가 순식간에 매도되기도 했으나 해프닝으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팬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음악으로 승부를 거는 프로의 모습일 것이다. 럭스도 펑크 정신을 살려갈 수 있는 훌륭한 밴드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홍수현 음악전문채널 KM 제작팀장 korn@cj.net
2006-02-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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