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교수 “을사늑약은 무효다”

호사카 교수 “을사늑약은 무효다”

홍지민 기자
입력 2005-11-18 00:00
수정 2005-11-1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을사조약’은 자주 들어 봤지만 ‘을사늑약’이라는 말에는 생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조약(約)’에는 ‘대등한 위치에 있는 두 나라가 합의하에 맺은 약속’이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강제로 체결했다는 의미를 담은 ‘늑약(勒約)’으로 바꿔 사용하는 추세다.

18일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지 100년째 되는 날.EBS는 특집 다큐멘터리 ‘을사늑약 100년의 진실’(연출 김동관)을 이날 오후 11시5분 방영한다. 시선이 독특하다. 일본인이었지만,3년 전 한국으로 귀화한 역사학자가 을사늑약에 대한 자료를 찾고, 소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쫓아간다. 호사카 유지(49)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 그는 한국인 못지않게 일본의 역사왜곡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도쿄대 공학부를 졸업했으나, 평소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88년 한국 땅을 밟아 한·일 외교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2000년 박사학위 논문이 일제 만행을 담았을 정도다. 최근에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는 책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 없다’를 내기도 했다.

호사카 교수는 3·1운동을 촉발시켰던 고종황제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출발한다. 그는 비공식적인 기록들을 통해 고종황제의 죽음이 일본에 의한 독살이었음을 확신하고, 그 배경이 을사늑약에 대한 고종황제의 저항이었다고 분석한다.

또 늑약 체결 보름 전에 일본 정부가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조선 대신들에게 서명을 받아낸다는 계획을 세웠음을 파악하고, 을사늑약 원본에 고종 황제의 직인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한다. 을사늑약이 무효인지, 유효인지 고민에 빠진 호사카 교수. 이와 관련해 한국 역사학자 이태진 교수와 일본 법학자 사사가와 노리가스 교수는 무효론을, 일본 국제법 학자 사카모토 시게키 교수는 유효론을 펼친다.

연구는 대한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던 열강의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미 컬럼비아 대학에서 발견된 고종황제의 비밀특사 호머 헐버트가 쓴 회고록을 바탕으로 미국이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도왔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독도를 찾은 그는 아직도 일본 팽창주의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한국의 늑장 대응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100년 전 약육강식의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를 덧붙이고 있다.

김동관 프로듀서는 “을사늑약은 실질적으로 나라를 빼앗겼던 시점이지만, 교과서에서도 단 몇 줄의 서술에 그치는 등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어서 이를 반드시 짚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호사카 교수가 한·일 사이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 섭외했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5-11-18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일상 및 업무 내 AI 서비스 활용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일상 및 업무 내 AI 서비스 활용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일과 대부분을 AI와 병행한다.
단순 참고용으로 간헐적 활용한다.
거의 활용하지 않거나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 우선이다.
지난 Poll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