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통을 자랑하는 마당놀이의 명가, 극단 미추가 올해도 어김없이 흥겨운 판을 벌인다.18일부터 12월18일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막올리는 ‘마포 황부자’.
빌려준 돈을 못 갚을 경우 몸의 살을 대신 내놓으라는 고약한 계약을 요구하는 마포 고리대금업자 황부자의 이야기. 어디서 본 듯한 줄거리다 했더니 다름아닌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을 각색한 것이다. 춘향전, 심청전 등 우리 고전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왔던 극단 미추로서는 파격적인 시도. 마당놀이 주 관객층인 40∼50대 외에 20∼30대 젊은 관객들을 끌어안으려는 복안이다.
의원을 부를 돈이 없어 아내와 사별한 황득업(윤문식)은 돈을 빌려 달라는 자신의 청을 거절한 김부자(정태화)에 대한 원한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아 갑부가 된다. 청나라와 무역을 하던 김부자의 아들 무숙(이기봉)은 자금이 딸리자 황부자를 찾아오고,‘약속한 날까지 돈을 못 갚으면 살코기 한 근을 떼어준다.’는 계약을 맺는다. 이 와중에 황부자의 무남독녀 만금(김성녀)은 무숙에게 첫눈에 반하는데….
전작 ‘허삼관 매혈기’‘벽속의 요정’을 통해 원작에 버금가는 탁월한 각색 능력을 선보인 극작가 배삼식이 이번에도 예의 그 맛깔스런 솜씨를 발휘했다. 땅 투기, 주식투자 등의 현실 풍자가 혀끝에 톡 쏘는 겨자처럼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손진책 대표가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에는 작곡가 박범훈, 한국무용가 국수호, 무대미술가 박동우 등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02)368-15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11-1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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