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Assassins)은 미국 뮤지컬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이다. 그가 가사를 쓴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제외하면 국내에 그의 작품이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때문에 ‘뮤지컬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극찬을 받는 스티븐 손드하임의 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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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암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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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암살자들’
무대는 카니발 사격장. 주인은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에게 대통령을 쏘라고 부추기며 총을 판다. 그저 놀이공원의 종이 목표물에 총알을 쏠 것처럼 담담하게 총을 챙겨 뿔뿔이 사라지는 사람들. 하지만 이들은 실제 미국 역사에 등장하는 9명의 암살범들이다. 링컨을 암살한 존 윌크스 부스, 루스벨트에게 총을 쏜 주세페 장가라, 존 F 케네디를 죽인 리 하비 오스왈드….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스티븐 손드하임은 암살자 스스로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의 정당성을 말할 권리와 자유를 준다. 누구는 아무도 출판해주지 않는 자신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누구는 사랑하는 애인이 유명해지도록 하기 위해, 누구는 숭배하는 여배우의 전화를 받기 위해 대통령에게 총을 겨눴다.
사회에서 낙오돼 밑바닥 삶을 전전하는 이들이 진정 원한 건 사회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이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려는 오스왈드에게 부스를 비롯한 역대 암살범들이 나타나 대통령을 쏘라고 충동하면서 던지는 대사는 의미심장하다.‘자살하면 아무도 널 기억하지 않아. 하지만 대통령을 죽이면 역사가 널 기억해.’
‘암살자들’은 부드러운 감성에 호소하기보다는 차가운 이성에 기대는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미덕으로 꼽히는 감미로운 멜로디와 흥겨운 춤의 향연을 미련없이 내던진 대신 사회비판적인 대사를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기존의 뮤지컬 경험을 뛰어넘는 신선한 충격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그저 난해하고 지루한 공연으로 다가올 것이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3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56-855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7-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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