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동화 뛰는데 국산동화는 ‘제자리’

외국동화 뛰는데 국산동화는 ‘제자리’

입력 2005-04-19 00:00
수정 2005-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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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출판시장의 불황에도 꿋꿋이 생명력을 유지하는 장르가 다름아닌 어린이책이다. 외풍을 상대적으로 덜 타서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는 덕에 어린이책은 출판사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는 ‘효자종목’으로 통할 정도다. 어린이 출판시장은 출판시장의 경색이 계속된 근년에도 변함없이 성장세를 보여온 게 사실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동안의 아동물 발행부수는 2134만 5314권.1577만여권을 기록했던 2003년에 비해서도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같은 양적 팽창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편치만은 않다.“시장의 양적 팽창속도를 동화의 질(質)이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출판가 안팎에서 드높다.

특히 문제로 꼽히는 부분이 순수 국산 창작동화의 부족. 외국아동서 번역물의 위세에 밀려 정작 우리 창작동화는 기를 펴지 못하는 현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번역물들은 시중 서점의 아동도서 코너를 ‘잠식’하다시피 한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가운뎃자리를 독점하고 있는 건 언제나 몇몇 해외 유명작가들의 작품. 에릭 칼, 앤서니 브라운, 존 버닝햄, 마거릿 와이즈, 미하일 엔데, 필리파 피어스, 코닉스버그, 아스트린드 린드그렌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어린이책 전문출판사의 한 기획자는 “해외에서 큰 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은 베스트셀러로 띄우기가 쉽다.”면서 “책을 고르는 학부모들이 내용보다는 출판사나 작가의 명성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 저작권을 따오기 위한 출판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대개 해외 원작 동화 선인세는 2000달러 수준인데, 국내 출판사들의 제살깎기식 경쟁 탓에 최근 1만달러까지 올라간 사례도 있었다.”고 한 관계자는 털어놓았다. 이렇게 생긴 ‘거품’은 자연히 책값 인상으로 이어지게 마련.

선인세 1만달러까지 치솟기도

이쯤 되니 창작동화가 설 땅은 상대적으로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작품성과 인지도를 고루 갖춰 ‘시장경쟁력’을 담보한 국내 동화작가는 열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순수 창작동화를 고집해온 출판사 푸른책들의 기획담당 김민영씨는 “창작동화를 소화할 글·그림 작가층이 너무 얇아, 기획을 끝내고도 작가 일정에 맞추느라 몇 달씩 맥 놓고 기다리기 일쑤”라면서 “국산동화가 수적 열세인 것도 문제이지만, 작가층이 얇아 다양한 소재를 개발하지 못한다는 점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판사 이름만 다를 뿐, 닮은꼴의 글과 그림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렇듯 척박한 창작토양 때문에 알찬 기획이 안타깝게 주저앉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아비까비 꼬비까비’를 1권으로 현암사에서 야심차게 출발했던 ‘생명도깨비 토리아드 이야기’ 시리즈. 판매부진 때문에 출판사가 1년 넘게 후속 시리즈를 내지 못해 독자들이 난감해진 사례다.

저학년용이 70~80%… 편중 심해

시류에 편승한 졸속·편중기획도 창작동화가 뿌리내리는 데에 걸림돌로 꼽힌다. 최근 1∼2년 동안 초등 저학년용 동화가 전체 창작물의 70∼80%를 차지할 만큼 ‘쏠림현상’을 낳고 있는 것도 그렇다.

그러나 어린 독자들에게 창작동화를 통한 문화 정체성을 심어주려는 노력은 다행히도 최근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인기 동화작가 채인선씨가 발기인이 되어 지난해 6월 만들어진 ‘우리책 사랑모임’(cafe.daum.net////booksforchildren)은 대표적 사례. 동화작가와 출판사·도서관 관계자, 일반인 등 120여명이 회원인 이 모임은 순회전시회(‘우리 아이에게 우리 책을’전), 작가 동화낭송 등 다각적인 창작동화 읽히기 운동을 벌이고 나섰다.

푸른숲 어린이책 박창희 팀장은 “창작동화 발전을 위해서는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려는 출판사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영미권 인기작가들의 작품을 덮어 놓고 신뢰하는 학부모들의 자세도 되돌아볼 문제”라고 말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05-04-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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