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민족 초월한 ‘역사관’ 가능할까

한·일, 민족 초월한 ‘역사관’ 가능할까

입력 2005-03-17 00:00
수정 2005-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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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의 공통 역사인식은 가능한가.”

지난달 21일 고려대에서 열린 ‘일본역사교…
지난달 21일 고려대에서 열린 ‘일본역사교… 지난달 21일 고려대에서 열린 ‘일본역사교과서와 역사인식’ 토론회 참가자들이 역사교과서의 세계사적 관점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19일 한국학중앙연구원 2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 주최로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국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와 일본의 교직원조합 히로시마지부의 중고교 교사들이 참가한다.

두 단체는 지난 2월 150여쪽 분량의 ‘전쟁과 평화’라는 이름의 역사교과서 부교재를 공동작업으로 완성했었다.(서울신문 2월7일자 보도)일단 ‘임진왜란과 조선통신사’에 초점을 맞춘 이 부교재는 어쨌든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평화주의 원칙에 입각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일본은 악, 조선은 선’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을 넘어 전쟁은 일본·조선 양국 민중 모두에게 고통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이런 작업은 겉보기와 달리 꽤 어렵다. 양국 모두 민족주의적 관점을 고집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것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다른 쪽에서는 ‘그런 일도 있었나?’라는 반문을 낳기 일쑤다.

역사교과서 문제에 관심있는 학자들로부터 “중도쪽에 있다는 일본인들조차 설득하기 어렵다.”(서울시립대 정재정 교수)거나 “왜곡 이전에 서로를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게 더 문제”(서울대 신주백 연구원)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이런 인식의 차이는 눈에 띈다. 스즈키 히데오 교사가 한·일간 화해를 제창한 사례로 여운형과 함께 20세기 초 민속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를 꼽고 있는 게 한 예다. 야나기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화를 전수해준 옛 은혜를 일본이 잊었다.’며 일본제국주의를 통렬히 비판했던 인물. 그러나 한국에서 야나기는 한국의 미를 ‘정한(情恨)’으로 규정한 제국주의 학자라는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이런 간격에도 불구하고 이번 심포지엄은 공동의 역사인식을 찾아가는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히로시마는 태평양전쟁 당시 원폭 피해지역이고, 대구는 ‘TK’라는 영문약자로 상징되는 한국 보수의 중심지임에도 공동작업을 해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내용 외적으로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들이 한국과 일본 사회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다. 이들은 한·일 양국 교원노조 소속이면서, 동시에 양국의 ‘자칭’ 보수 우익들로부터 ‘자학사관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일 보수우익은 좌파적 사관에 찌든 역사학자들이 ‘자부심 없는’ 교과서를 만들고, 전교조같은 교원단체들이 이를 채택하는 데 앞장 서고 있다는 의혹을 공유하고 있다.

지금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일본 버전이라면, 지난해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를 문제삼은 것은 한국 버전이다. 공통의 역사인식을 찾기 위한 출발선이 어디여야 하는지 암시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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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05-03-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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