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로, 영화배우로, 힙합가수로 다방면에 걸쳐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던 양동근(27)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다. 데뷔작은 ‘관객모독’. 오스트리아 작가 피터 한트케가 쓴 ‘관객모독’은 77년 국내 초연된 뒤 2∼3년에 한 번씩 공연되는 인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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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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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7일부터 대학로 창조콘서트홀에서 시작하는 이 연극에 양동근은 장장 3개월을 바치기로 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를 끝내고 가진 6개월간의 휴식 기간 동안 “자숙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자숙이라니? 그럼 지금까지 방탕하게 살았단 말인가.“방탕이라? 그 말도 맞죠. 세상이 방탕하니까, 일을 하면서 그런 세상에 생각 없이 끌려다녔으니까.”
워낙 어려서 시작한 배우라는 직업. 속속들이 다 알게 되면 새로울 것도 없고 ‘권태기’가 찾아오기도 한다.“요즘 세상에서 연기자가 우상이 되고 하나의 상품이 돼버렸잖아요. 배우라는 단어의 의미가 퇴색한 느낌이에요. 나 자신이 배우라고 불려진다면 그 정의가 뭔가, 성숙하게 다시 한번 접근해보자고 생각했죠.” 충무로의 남자 배우 기근 현상을 심화시키며 그가 연극판으로 넘어온 이유다.
그를 필요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을 텐데. 그렇지 않으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말 대신 “신경 안 쓴다.”는 대답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관객모독’은 이번 공연을 기획한 극단76의 대표이자 배우인 기주봉의 권유로 선택했다.“지난해 아무 것도 모르고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관객하고 호흡하는 형식이 굉장히 새롭게 보였어요. 제목부터 흥미롭잖아요. 두렵기는 하지만 할 만하겠다 싶어요. 시기, 작품, 개인적 측면에서 볼 때 탁월한 선택이죠.” 연습에 들어간 지 보름 정도. 뜨거운 조명과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지금 생활은 그래서 “속세를 등진 느낌”이다. 아역 배우 시절 그랬듯이 매니저 없이 혼자 다니고 버스나 지하철은 못 타도 택시 타고 연습실을 오가는 일상이 그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 있다.
‘인물을 만들어내면 안된다.’는 철칙을 어려서부터 체화해 연기력 면에서 높이 평가를 받는 그지만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캐릭터를 구축해 가는 단계. 마음을 비우고 하나하나 다시 쌓아가고 있다.“처음이니까 새색시가 첫날밤을 맞이하는 심정으로 서툴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수없이 무대에 오른 연극. 이번엔 뭐가 달라질까.“연극 ‘초짜’ 양동근이 나오는 거죠.” 내내 진지하던 그가 농담도 한다.
그는 인터뷰 하기 까다로운 배우로 소문이 나 있다.“진정으로 느끼지 않는 한” 한마디도 쉽게 나오는 법이 없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는 “이젠 아저씨라고 불릴 정도로 나이도 먹고 해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자기를 닦기 위해 택한 연극. 어떻게 달라지고 싶냐고 물었다.
“책도 다 읽어야 그 느낌을 말할 수 있잖아요. 지금은 아무 것도 알 수 없어요. 군대도, 일도 현재는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오로지 연극 말고는.”(02)764-3076.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2005-02-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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