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말기 “대한민국 학교 X같아”

유신말기 “대한민국 학교 X같아”

입력 2005-02-04 00:00
수정 2005-02-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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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SBS 9일 오후 9시50분) 1978년 유신말기, 개발 붐에 들어선 강남 말죽거리의 한 남자 고교에 약간 소심한 성격을 가진 현수(권상우)가 전학을 온다. 이런 저런 계기로 ‘학교짱’ 우식(이정진)과 친해진다. 그러다 버스 속에서 은주(한가인)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우연히 상급생들에게 희롱당하는 은주를 구해준 우식의 적극적 애정 공세에 은주는 우식에게 마음이 쏠리고, 현수의 속앓이는 깊어간다.

말죽거리 잔혹사
말죽거리 잔혹사 말죽거리 잔혹사
‘학교짱’ 자리를 놓고 선도부장 종훈과 한 판 붙은 우식. 종훈은 비열한 방법으로 우식을 이기고, 우식은 그 길로 학교를 떠난다. 우식이 없는 틈을 탄 종훈의 괴롭힘, 열반으로의 강등, 더해가는 선생들의 폭력으로 현수의 분노는 마침내 폭발하기에 이른다.

생생하게 되살려낸 고교생들의 은어, 콩나물 시루 같은 통학 버스, 선도부의 복장검사, 옥상 위의 맞장뜨기, 사복 차림으로 들어간 고고장과 원스텝 춤, 감미로운 멜로디의 팝송 등 영화는 그 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한 고교생의 아픈 성장사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이소룡 키드’를 억압하는 사회의 모순도 건드린다. 개발과 속도의 천민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말죽거리’는 한참 상상력을 꽃피울 나이의 예민한 감성을 억누르는 ‘잔혹사’를 낳는다. 성적 제일주의를 향한 규율과 통제, 사학 재단의 권위적 행태, 부모의 위상이 학생에게도 대물림되는 모순 등 질식할 듯한 공기는 “대한민국 학교 X같아.”라는 현수의 말 속에 압축적으로 표현된다.‘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유하 감독이 연출한 2004년 작품.116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2005-02-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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