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장하준 지음

사다리 걷어차기/장하준 지음

입력 2004-05-08 00:00
수정 200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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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자신들이 경제발전을 도모하던 시기엔 보호관세와 정부보조금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켜 놓고 정작 지금에 와선 후진국들에 자유무역을 채택하고 보조금을 철폐하라고 강요한다.과거 자신들은 여성,빈민,저학력자,유색인종에 대해선 투표권조차 주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후진국들에 민주주의가 자리잡지 못하면 경제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경제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원제 ‘Kicking away the Ladder’,형성백 옮김,부키 펴냄)에서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을 위한 선진국의 경제처방을 정면으로 반박한다.보호무역주의를 바탕으로 성장한 선진국들이 이제 와서 일방적인 세계화를 강조하는 태도는 자신이 밟고 올라온 사다리를 스스로 걷어차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2002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지난해 제도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뮈르달상’을 받은 화제작이다.

저자는 먼저 무역·투자자유화 논리에 숨어 있는 선진국의 이기주의적 의도를 고발한다.특히 영국의 성장신화 속에 감춰진 은밀한 역사를 파헤친다.저자에 따르면 ‘자유무역국가 영국’의 이미지는 완전히 허구다.영국은 중세 이후 13∼14세기까지만 해도 유럽 대륙의 여러 나라보다 경제력이 떨어졌다.그런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유치산업 보호정책을 펼쳤다.당시 영국의 주력 산업은 양의 원모와 ‘짧은 옷감(short cloth)’이라 불린 모직 옷감을 수출하는 것이었다.에드워드 3세 시절의 ‘국산품애용운동’ 이래 영국의 모직업은 꾸준히 발전해 엘리자베스1세 시대엔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영국의 산업혁명은 바로 이같은 모직업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식민지 국가들은 말편자의 못도 만들지 못하게 하라.”는 영국 정치가 대(大) 피트의 말은 영국이 얼마나 철저하게 보호주의정책을 펼쳤는가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영국은 19세기 경제 최강국의 자리에 오르자 자유무역의 장점을 역설하고 나섰다.저자는 영국의 곡물법 폐지 등 일련의 조치를 농업상품 및 원자재 시장을 확장함으로써 유럽대륙의 산업화를 저지하려는 ‘자유무역 제국주의’적 행위라고 비판한다.이런 위선적 행태는 물론 영국에만 특유한 게 아니었다.‘근대 보호주의의 모국이자 철옹성’으로 불린 미국은 발명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등의 절차적 수단을 통해 외국인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미국 역시 선진국 대열에 오르자 영국과 마찬가지로 자유무역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처럼 자기 편한대로 왔다갔다하는 ‘박쥐외교’를 비판한다.나아가 선진국들이 내세우는 ‘글로벌 스탠더드’도 금과옥조로 여기지 않는다.우리와 비슷한 단계에서 선진국들이 어떤 정책과 제도를 썼는지를 살펴보고 현재의 여건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2004-05-0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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