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여,고구려를 말하라/전호태 지음

벽화여,고구려를 말하라/전호태 지음

입력 2004-02-28 00:00
수정 2004-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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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무리의 군사가 마주친다.장수 두 사람이 벌판 가운데에서 일합을 겨룬다.전마(戰馬) 두 마리가 부딪칠 듯 달려들자 창날이 번득인다.…승자는 패자에게 말한다.“목을 내 놓으시오.” 패자가 말한다.“원통하다.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내 목을 베시오.”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벽화여,고구려를 말하라’(사계절출판사 펴냄)에서 통구 12호분에 그려져 있는 ‘적장 참수’ 장면을 이런 스토리로 재구성한다.통구 12호분은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에 있는 중기 고구려 벽화고분의 하나이다.

벽화는 투구를 쓰고 비늘 갑옷을 입은 무사가 비슷한 복장을 한 다른 무사의 목을 베는 순간을 묘사했다.패자는 무릎을 꿇은 채 목을 늘어뜨렸다.승자는 왼손으로 패자의 투구 끝을 잡고,오른손에 쥔 환두대도(環頭大刀)를 치켜들었다.승자의 오른발 못신은 패자가 놓친 긴창을 밟고 있다.신라나 백제의 무덤에서도 나오는 못신이 실제 전투에서도 쓰여졌음을 보여준다.

이 벽화와 같은 고분에 있는 기마 질주 장면은 역시 지안에 있는 삼실총 공성도(攻城圖)와 함께 삼국시대의 전투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몇 안되는 그림자료들이다.

고분벽화 연구로는 국내에서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전 교수는 고구려가 누구의 역사인지를 논하기 전에 고구려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어떻게 살았는지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문헌자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그것을 정확히 말해주는 것이 바로 고분벽화라는 것이다.

전 교수는 ‘벽화여,‘에서 고구려인의 삶이 오늘날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쉬운 문체로 설명하고 있다.한국인들에게 의미있게 받아들여지는 고구려인의 모습이 중국인들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다면 그 역사는 누구의 역사인가.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1만 4800원.



서동철기자 dcsuh@˝
2004-02-28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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