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전 총리 “정국 안정 고대” 귀국 미뤄, 속내는 ‘피타 고배’ 기대

탁신 전 총리 “정국 안정 고대” 귀국 미뤄, 속내는 ‘피타 고배’ 기대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7-13 16:27
수정 2023-07-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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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태국 차기 총리 선출 투표를 앞두고 있는 전진당 대표 피타 림짜른랏. 미국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42세 개혁파 기수다. 그가 왕실·군부·탁신 전 총리 일가의 이 나라 3대 카르텔 벽을 돌파해 총리에 오를지 주목되고 있다. EPA 자료사진
13일 태국 차기 총리 선출 투표를 앞두고 있는 전진당 대표 피타 림짜른랏. 미국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42세 개혁파 기수다. 그가 왕실·군부·탁신 전 총리 일가의 이 나라 3대 카르텔 벽을 돌파해 총리에 오를지 주목되고 있다.
EPA 자료사진
오랜 해외 도피 생활을 끝내고 이달 안에 귀국하겠다고 밝혔던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귀국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네이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이자 프아타이당의 총리 후보 중 한 명인 패통탄 친나왓은 전날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아버지의 계획에 변함이 없지만, 먼저 정국이 안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월이 아니어도 많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기 총리 선출 투표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패통탄은 이어 “아버지는 자신의 귀국이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해 왔지만, 돌아오면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이슈가 될 것”이라며 “그는 정치가 불안정한 시기에 혼란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탁신 전 총리는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 74번째 생일(26일)을 맞기 전에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귀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 재벌 출신인 탁신은 2001년 총리 직에 오른 뒤 2005년 총선에서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듬해 왕실, 군부와 갈등 끝에 쿠데타로 실각했다.

그는 2008년 부정부패 등의 혐의 재판을 앞두고 출국해 15년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해왔다. 2006년 쿠데타 발발 시점부터 따지면 17년이다. 법원은 궐석 재판에서 그의 부패 혐의 4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려 12년형을 선고했다. 이 중 한 건의 공소 시효가 만료돼 10년형이 남아 있다.

탁신 전 총리는 앞서 총선을 앞두고 “다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고 귀국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프아타이 당의 총선 승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만 해도 프아타이당의 총선 승리가 점쳐졌으나, 선거 결과 전진당(MFP)에 제1당 지위를 내줬다. 프아타이당은 전진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 구성에 참여했으나, 총리 후보는 피타 림짜른랏(42) 전진당 대표 몫이었다.

피타 후보의 총리 선출에도 먹구름이 끼어 상황이 더 꼬였다. 피타 후보는 이날 상·하원 합동 투표 통과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법적인 문제에도 직면해 있다.

피타 후보가 낙마하면 프아타이당이 차기 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탁신 전 총리가 귀국을 미룬 것도 이 때를 노리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편 태국 의회는 이날 소집돼 차기 내각을 이끌 제30대 총리 선출 토론을 진행한 뒤 투표에 부친다. 피타 후보가 총리에 오르려면 하원의원 500명, 상원의원 250명 등 750명의 과반인 376표를 얻어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전진당은 하원에서 151석을 차지해 제1당에 올랐다. 전진당은 프아타이당(141석) 등 야권 7개 정당을 규합해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해 왔다.

이들 8개 정당의 하원 의석 수는 312석으로, 총리 배출을 위해서는 상원 의원 64명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투표 전날 선거관리위원회가 피타 대표의 미디어주식 보유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사건을 회부하면서 상황이 더 꼬였다. 태국에서는 언론사 사주나 주주의 공직 출마가 금지돼 있다. 피타 대표는 2007년 방송을 중단한 iTV 주식 4만 2000주를 상속받아 보유했고, 군부 진영에서는 iTV가 여전히 언론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선관위는 이날 피타 대표의 선거법 위반 증거가 있다며 의원직 정지·박탈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별개로 피타 대표와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재판 요청도 받아들였다. 결정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상원 의원들이 이를 이유로 대거 기권표를 던질 근거를 마련해줬다는 빈축도 사게 됐다.

13일 투표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이후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총리 선출 기한이 없어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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