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하고 폭력적” 유타주의 한 교육구, 초중교 서가에서 성경 빼기로

“음란하고 폭력적” 유타주의 한 교육구, 초중교 서가에서 성경 빼기로

임병선 기자
입력 2023-06-04 03:48
수정 2023-06-04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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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 북쪽의 데이비스 교육구가 초중등학교 서가에서 성경을 쫓아내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2013년 11월 25일(현지시간) 솔트레이크 시티의 한 교회에서 큰 소리로 성경을 낭독하는 모습. 솔트레이크 시티 트리뷴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 북쪽의 데이비스 교육구가 초중등학교 서가에서 성경을 쫓아내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2013년 11월 25일(현지시간) 솔트레이크 시티의 한 교회에서 큰 소리로 성경을 낭독하는 모습.
솔트레이크 시티 트리뷴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미국 유타주의 한 교육구가 초중등학교 서가에서 성경을 제외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AP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어 성경 가운데 가장 널리 읽혔고 대표적으로 알려진 킹 제임스 성경의 일부 구절에 음란하고 폭력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는 민원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 주는 모르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신도들이 유독 많은데 모르몬교 성서도 학교 서가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에 몰려 있다.

킹 제임스 성경은 청교도 세력의 지지를 받아 왕위에 오른 제임스 1세의 명령으로 편찬된 성경이다. 영국 국교회(현 성공회) 전례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왕이 인가한 성경이다. 대대적인 청교도 탄압의 서막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AP에 따르면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북쪽의 데이비스 교육구는 최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도서관의 도서 목록에서 성경을 제외했다. 교사와 학부모, 행정공무원으로 구성된 교육구 위원회는 성경을 학교 도서관에서 없애야 한다는 학부모 민원을 접수한 뒤 이렇게 결정했다. 다만, 고등학교 서가에는 성경을 두기로 했다.

이런 일은 교실에서 성과 폭력이 언급되는 것을 반대하는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 ‘학부모연합’(Parents United)이 학교 이사회와 주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AP는 전했다. 지역 매체 솔트레이크 트리뷴이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성경이 근친상간과 매춘, 성폭행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학부모는 사실 학부모연합의 움직임에 반발해 가장 보수적인 성경에도 현대인의 관점으로 봤을 때 폭력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을 풍자하려는 의도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교육구가 학생들의 교육권과 도서관 접근권을 학부모연합에 양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교육구가 이 학부모의 민원을 덜컥 받아들여 성경도 학교에서 퇴출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중서부의 유타주는 미국에서도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종교 역시 보수 성향이 강한 모르몬교 신자가 많다. 공화당이 다수인 주정부는 지난해 학교에서 “포르노 같거나 불경한” 책들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해서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논하는 책 대다수가 퇴출됐다.

한편 모르몬교 성서도 학교 서가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민원이 이날 이 교육구에 추가로 제기됐다고 AP는 전했다. 교육구 대변인은 같은 학부모가 모르몬교 성서 민원도 제기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학교 서적과 관련한 민원은 동등하게 취급될 것이고, 풍자하기 위해 민원이 제기됐는지에 대한 판단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학교들이 성경을 서가 목록에서 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텍사스와 미주리주 일부 교육구에서 성경을 서가 목록에서 임시로 제외하기도 했다. 성경은 또 미국도서관연합의 이의제기 도서 목록에 오랜 기간 올라 있는 책이기도 하다고 AP는 덧붙였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성적 소수자(LGBT) 권리와 인종 정체성 같은 논쟁적인 주제들에 대한 책을 학교에서 쫓아내는 일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 미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고, 몇몇 민주당 다수인 주에서도 인종적 공격 콘텐트를 학교와 도서관에서 금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지난달 캔자스주의 학생들은 학교 도서관에서 성경을 퇴출해야 한다고 민원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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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 교육구의 초등학교 학부모인 밥 존슨은 CBS 뉴스 인터뷰를 통해 이런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경의 어떤 내용 때문에 학교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성경 안에는 그런 그림이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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