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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바위 얼굴’ 美 러시모어산 불꽃놀이 불허한 인디언계 장관

‘큰바위 얼굴’ 美 러시모어산 불꽃놀이 불허한 인디언계 장관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1-05-02 14:08
업데이트 2021-05-0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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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다코타주, 내무부장관에 소송 제기 중
09년 끊긴 불꽃놀이 트럼프가 지난해 재허가
백인 역사 세우기에 인근 원주민들 시위 나서
첫 원주민계 내무부장관 수탈 역사 감안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앞에서 거수 경례를 하는 가운데 전투기 편대가 축하 비행을 하고 있다. 키스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3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앞에서 거수 경례를 하는 가운데 전투기 편대가 축하 비행을 하고 있다.
키스톤 로이터 연합뉴스
공화당 소속인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오는 7월 4일(독립기념일) 러시모어산 불꽃놀이를 허가해 주지 않은 뎁 할랜드 내무부 장관 등에 대해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CNN·더힐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할랜드 장관은 첫 원주민(인디언) 출신 장관이다. ‘큰 바위 얼굴’로 불리는 대형 조각상으로 새겨진 전직 대통령들은 백인들에게는 미국을 세우고 영토를 넓힌 영웅이지만, 원주민에게는 학살과 강제 이주의 흑역사를 안겼다.

해당 지역의 불꽃놀이는 건조한 지대인데다가 지하수 오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2009년 중단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불꽃놀이가) 환경적인 이유로 허용되지 않아 왔다. 주변이 다 돌이다. 대체 환경적 문제가 어디 있냐”며 뒤집었다. 결국 지난해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둔 7월 3일, 코로나19에도 7500명이 운집해 불꽃놀이를 즐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꽃놀이를 강행한 데는 지난해 미국을 휩쓸었던 흑인시위로 흑인 노예를 부렸던 역사적 위인들의 동상이 대거 훼손되는 등 소위 ‘역사전쟁’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러시모어산에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험 링컨, 시어도어 루즈벨트 등 전직 대통령 4명의 얼굴 동상이 있다. 워싱턴과 제퍼슨은 노예 소유주였고, 루즈벨트는 “좋은 인디언 10명 중 9명은 죽은 인디언”이라는 인종차별적 언행을 남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투기 편대의 축하 비행까지 동원하며 대대적인 행사를 연 것은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이에 원주민 단체들은 시위에 나섰다. 특히 이 지역은 원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곳으로 1800년대 후반에 금맥이 발견되면서 미국 정부에게 빼앗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엄 주지사의 소송 서류에 따르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 불꽃놀이를 허가하지 않는 이유로 “국립공원 내 많은 원주민 부족들이 불꽃놀이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행사에서 마스크도 없이 촘촘히 앉았던 관람객의 안전에 “잠재적 위험”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할랜드 장관은 취임 직후 자신의 재임 기간에 원주민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집중 조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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