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北비핵화 로드맵 윤곽…“초장에 美 핵무기 해체 주도”

트럼프식 北비핵화 로드맵 윤곽…“초장에 美 핵무기 해체 주도”

강경민 기자
입력 2018-05-14 10:29
수정 2018-05-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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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고 과감한 일괄타결 방식…초장에 핵탄두·핵물질 국외반출 카드 제시 폼페이오 “비핵화 완전 동의때 제재 완화하겠다”…초기 부분적 완화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릴 ‘비핵화 로드맵’의 밑그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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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큰 틀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고 신속·과감하게 핵 폐기 절차를 이행하면 북한이 기대하는 이상의 ‘엄청난 보상’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이는 과거 리비아 등에 적용됐던 ‘일괄타결’식 해법에 터 잡고 있지만 초기 이행절차의 ‘속도’와 ‘강도’를 가일층 높인 점이 차별화되는 점이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잇따라 가진 인터뷰에서 비핵화 로드맵 이행과 관련, 유독 ‘속도’를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이러한 ‘속도전 구상’은 동결에서부터 불능화 단계를 거쳐 핵폐기에 이르는 단계적 접근 수순을 완전히 뒤집어 ‘역순’으로 최대한 신속하게 절차를 시작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해 “더 크고, (과거와) 다르며, 더 빠르게(bigger, different, faster)” 진행되기를 희망한다는 언급을 내놓은 것은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까지 비핵화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관측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북한 측에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상당 부분을 조기에 국외로, 그것도 미국으로 반출토록 요구한 것도 트럼프식 로드맵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핵 폐기의 장소로 테네시 주(州)의 오크리지를 공개 지목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정한 역할을 하겠지만 실제 핵무기 해체는 미국이 할 것이고,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아마도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IAEA는 핵무기 사찰과 검증에 치중하도록 하고 실제 핵무기를 해체하는 과정은 미국의 군사·핵무기 전문가들이 직접 관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등 기존 6자회담 당사국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간섭을 배제함으로써 북한과의 신속한 ‘빅딜’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북한 비핵화 이후 전개될 새 동북아 질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의도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포석으로도 읽힌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이날 일괄타결 원칙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했지만, 초기 이행조치의 진행경과에 따라 부분적인 제재완화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는데 동의한다면 대북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있게 보인다.

물론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시점에 제재가 완화되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 초유의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일단 막힌 곳부터 뚫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보는 쪽에서는, 미국이 원칙에만 얽매일 경우 북미 협상이 한 발짝도 못 나아가는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북미 양쪽 모두 원칙적 태도만을 끝까지 고수할 경우 북미정상회담은 평행선을 달린 끝에 파국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일단 북한의 확고한 약속을 전제로 초기 단계에서 일부 제재를 살짝 완화해주는 유인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성공을 위해선 북한의 요구를 모두 거절하는 게 어려운 만큼 일부라도 반영해주는 게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이다.

과거와 같은 ‘살라미 협상’은 불가능하겠지만, 큰 틀에서 2단계 해법 정도는 미국이 양보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성공적일 것”이란 말로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점은 이 같은 해석에 어느 정도 힘을 싣는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길 원할 수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 가능성을 키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미 의회에서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과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다만 미국 내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에 실패하더라도 원칙을 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은 회담 성공에만 집착해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해온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한다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든다.

이런 가운데 북한 비핵화 협상을 이끄는 과정에서의 ‘역할론’과 보상 지원책 등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펼칠 가능성도 주목된다.

중국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 개최 합의 흐름 속에서 한동안 소외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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