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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3년 제1차 오일쇼크 당시 중동 유전 점령 검토”

“美, 73년 제1차 오일쇼크 당시 중동 유전 점령 검토”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4-11 14:40
업데이트 2016-04-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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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및 나토 반대, 미국 고립 등 우려로 포기

 지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사진) 당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아랍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과 가격 인상에 돌입한 ‘제1차 오일 쇼크’ 당시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걸프 산유국들의 유전을 점령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린폴리시 기고가로 국제안보전문가인 마이클 펙은 10일(현지시간) 국제군사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NI) 기고를 통해 “미국은 사상 초유의 석유공급난이 발생하자 아랍 산유국들에 대한 석유 의존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유전지대를 기습 점령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기밀 해제된 영국 정부 문서들에 따르면 제임스 슐레진저 당시 미 국방장관은 주미 영국대사인 크로머 경에게 미국의 중동 유전 점령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도 유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그는 전했다. 영국 지도부는 이에 매우 놀라 산하 정보부서에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슐레진저 장관은 크로머 대사에게 선진국들이 중동 산유국들에 지속적으로 종속될 경우 미국 및 동맹들의 무력사용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보부서는 이에 미국은 자국과 그 동맹들이 ‘소수 비이성적인 나라들’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을 용인치 않을 수 있으며 유전을 장악하기 위한 기습작전을 선호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아울러 미군은 유전 점령을 위한 초기 작전을 위해 사우디와 쿠웨이트에 각 1개 여단이 필요하며 아부다비를 위해 3번째 여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도양에 상당 수준의 해군력을 배치하고 초기 작전 후에는 미국 본토로부터 2개 사단의 증파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280억 배럴 매장량을 가진 이들 유전을 장악할 경우 미국과 동맹들의 석유 수요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서방이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하려면 미군의 유전 점령이 10년간 지속돼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이 유전을 점령할 경우 아랍권과 제3세계국 대부분으로부터 전면 고립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영국 전문가들은 또 소련의 반응을 우려했으나 소련이 무력보다는 선전에 치중할 것으로 결론지었다.

 미국은 당시 베트남전이 끝난 뒤여서 소련에 대응하기 위한 유럽 주둔 병력을 유지하면서도 2개 사단 정도를 중동에 파견할 여유가 있었다. 또 당시 사우디는 오일 머니를 이용해 첨단 미국제 무기를 도입하기 전이라 군사력이 열악한 편이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휩싸인데다 베트남전이 끝난지 얼마 안 돼 국내의 반전 여론이 드셌으며 또 미군이 유전을 장기 점령하려면 징병제를 재도입해야 하는 등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영국은 유전 점령 의도가 전혀 없었던 만큼 미국 독자적으로 점령을 감행해야 했으며 나토 동맹 또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펙은 지적했다. 결국 미국은 유전 점령방안을 포기했다.

 미국의 중동 침략 계획은 30년이 지나서야 2003년 이라크 침공을 통해 실제 이뤄졌으나 모든 상황이 달라진 후였다고 펙은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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