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中 황금시대’ 연 英재무장관의 연금술

‘英·中 황금시대’ 연 英재무장관의 연금술

입력 2015-10-20 16:44
수정 2015-10-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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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AIIB참여에 시진핑 영국 방문시 150조원 차이나머니 투자 ‘화답’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영국 왕실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과 부군 필립공,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 등 3대가 총출동해 환영식과 국빈 만찬을 베풀고 버킹엄궁에 숙소도 마련해줬다. 시 주석은 중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영국 의회에서 연설도 했다.

 중국과 영국은 시 주석의 방문으로 양국 사이에 ‘황금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엘리자베스 2세가 지난 3월 친필로 쓴 방문 요청 편지를 윌리엄 왕세손의 손에 들려 보내는 등 영국 지도자들은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특히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황금시대를 연 ‘연금술사’로 불린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옥스퍼드 대학 시절 귀족 자제들의 은밀한 사교 클럽인 ‘벌링든 클럽’ 멤버였던 오스본은 콧대 높은 영국 귀족이지만, 실용정신이 투철한 관료”라고 평가했다.

 유럽이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휘청거릴 때인 2010년에 영국 최연소(38세) 재무장관이 된 그는 “길은 중국에 있다”며 ‘오스본 독트린’을 선언했다. 그해 6월 첫 외국 방문지로 택한 상하이에서 “영국과 유럽 경제를 살리는 방법은 중국과 영국이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말해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3월 12일 오스본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서방 국가로선 처음으로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영국 참여는 미국의 반발을 불러왔지만, 중국엔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그는 곧바로 런던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국채 발행을 허용해 위안화의 세계화에 디딤돌을 놓아주기도 했다.

 ‘오스본 독트린’의 효과는 컸다.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는 2010년 이후 매년 90%씩 성장했다. 특히 이번 시 주석 방문을 기점으로 150조 원에 이르는 ‘차이나 머니’가 영국으로 향한다. 중국 유통그룹 산바오(三 胞)는 영국 최대·최고 완구업체인 해리스를 인수하기로 했고, 중푸(中部)그룹은 생태공원 개발 프로젝트에 52억 파운드(약 9조 1100억 원)를 투자한다. 시 주석 방문 기간 150여개 경협이 체결될 예정인데, 이중 가장 큰 사업은 중국광핵그룹(CGN) 및 중국핵공업(CNNC)이 245억 파운드(44조 7000억원) 규모의 힝클리포인트 원전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것과 총 430억 파운드(75조원) 규모의 고속철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오스본 독트린’은 부작용도 낳았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의 인권 탄압에 눈을 감은 굴욕적 경협”이라고 영국을 질타하고 있다. 오스본 장관은 지난 9월 ‘중국의 화약고’인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방문했을 때 “인권 문제는 양국 관계를 해치기만 한다”며 오직 신장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철도 사업에만 관심을 보였다. 세계위구르인회의 의장 레비야 카디르는 “영국이 시 주석에게 깔아준 레드 카펫에는 위구르인과 티베트인의 피가 묻어 있다”고 절규했다.

 시 주석이 이날 버킹엄궁까지 퍼레이드를 펼칠 때 인근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는 인권단체가 항의 시위를 벌였고 친중국 단체도 맞불 집회를 열었다. 영국 총리실은 동맹국들의 비난을 의식한 듯 “캐머런 총리가 ‘비공식 면담’에서 ‘상호 존중하는 태도로’로 인권 문제를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가 중국에 호되게 당한 캐머런 총리가 공개적으로 강하게 인권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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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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