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침략전쟁·위안부 언급 없이 ‘A급 전범’ 외할아버지 부각

아베, 침략전쟁·위안부 언급 없이 ‘A급 전범’ 외할아버지 부각

입력 2015-04-30 08:33
수정 2018-06-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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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침략전쟁에 대한 공식 사과는 끝내 없었다. 오히려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에서 미일동맹의 원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외조부인 기시 전 총리의 58년전 미 의회 연설을 인용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세계의 자유 국가와 협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이상을 확신하기 때문”이라는 기시 전 총리의 1957년 미 의회 연설 내용을 소개하고서, 그로부터 58년 뒤 손자인 자신이 같은 무대에 선 사실을 거론했다.

또 “돌아보건대 내가 진심으로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본이 올바른 길을 택한 것”이라며 “그 길은 연설 앞부분에 소개한 조부의 말에 있었던 대로 미국과 동맹이 되어 서방세계의 일원이 되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기시 전 총리는 1941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내각의 상공 대신을 맡았던 인물로 일본의 패전(1945년 8월)과 동시에 A급 전범 용의자로 복역하다 1948년에 석방됐다. 이후 반공 전선 구축을 중심에 둔 미국의 대일 정책 아래 1957년 총리로 화려하게 부활, 1960년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개정한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외조부를 자신의 정신적 지주이자, 정치 멘토로 삼아온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번 연설을 준비하면서도 1957년 6월20일 외조부의 미국 하원 연설을 반복해서 청취한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2차대전 전범 용의자 출신인 기시 전 총리를 미일 동맹의 상징적 존재로 거론한 것은 기시의 못다 이룬 ‘꿈’이자 아베 총리 최대의 정치 목표인 ‘전후체제(2차대전 패전국으로서 받아들인 평화헌법 체제) 탈피’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2차대전 전범 국가의 꼬리표를 떼고, 미일 동맹을 발판 삼아 ‘보통국가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아베 총리의 목표가 이번 연설에서 기시를 ‘부활’시킨 배경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자신의 측근 정치인인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전 총무상의 외조부인 구리바야시 다다미치(栗林忠道.1891∼1945) 전 육군 대장을 거론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미일의 적대를 넘어선 화해를 거론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이오지마(硫黃島) 수비대를 지휘하며 미군을 상대로 ‘옥쇄작전’을 펼친 구리바야시 전 육군대장을 언급한 것이다.

이 때, 이오지마 전투에 미국 해병대 대위로서 참전한 로렌스 스노든 예비역 중장과 구리바야시 전 대장의 손자인 신도 전 총무상이 청중석에서 상·하원 의원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악수하자 아베 총리는 “역사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치밀하게 연출된 모양새였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중심에 서 있던 인사들을 미일 화해와 동맹의 상징적 존재로 거론한데는 과거 침략의 역사를 탈색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지적도 제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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