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시위 반년…정국 ‘안갯속’

태국 반정부시위 반년…정국 ‘안갯속’

입력 2014-04-27 00:00
수정 2014-04-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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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초부터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된 반(反)정부시위 사태가 7개월째를 맞았지만, 태국의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잉락 총리가 헌법재판소와 국가반부패위원회(NACC)로부터 권력남용, 업무방기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등 태국의 정국파행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잉락 총리가 타윈 플리안스리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을 경질한 것이 위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만일 헌재가 위헌판결을 내리면 잉락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와 함께 NACC는 쌀 수매 정책과 관련해, 잉락 총리가 대규모 재정손실과 부정부패를 알고서도 이를 고치지 않고 내버려뒀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만일 NACC가 혐의를 입증하고 상원에 탄핵을 권고하면 잉락 총리는 바로 업무를 정지당하고 탄핵당할 수도 있다.

헌재와 NACC는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진영과 대립되는 기득권 계층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잉락 총리에게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친(親)탁신 진영은 헌재와 NACC의 결정으로 잉락 총리가 물러나게 되면, 이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두 기관이 자의적인 법률 잣대로 무너뜨리는 일종의 ‘사법적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와 NACC 등 사법기관과 국가 독립기관들은 이전에도 친탁신 진영의 총리 2명을 물러나게 하고 탁신계 정당을 2차례 해산시킨 사례가 있다.

잉락 총리가 해임되거나 탄핵되면 친탁신 진영과 반(反)탁신 진영은 또다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반탁신 진영은 잉락 총리가 탁신 전 총리의 사면 및 귀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포괄적 사면법을 추진하자 이를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나섰으며, 현재까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반탁신 진영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가량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벌였으며, 시위 참여자는 한때 15만 명 선에 이르렀다.

잉락 총리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지난해 12월 의회를 해산하고 올해 2월 조기 총선을 실시했으나 헌재는 투표 파행을 이유로 총선 무효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선거 전에 정치개혁부터 단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조기총선에 불참한 데 이어 앞으로 있을 총선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정치권은 아직 선거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태국의 정국의 정국파행이 장기화하면서 6개월 동안 이어진 반정부 시위 사태로 지금까지 20여 명이 숨지고 700여 명이 다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친정부 시위대와 반정부 시위대 간에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친정부 시위대인 이른바 ‘레드셔츠’도 시위에 나섰지만, 폭력사태를 우려해 그동안 반정부 시위대와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해왔다.

하지만 잉락 총리가 해임되거나 탄핵되면 이번엔 레드셔츠가 대대적인 시위를 나서 반정부 시위대와 격렬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레드셔츠는 지난 2010년 봄 당시 민주당 정권에 항의해 2~3개월 동안 방콕 시내 중심가를 점거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군과 경찰이 이를 진압하던 과정에서 90여 명이 숨지고 1천700여 명이 다쳤다.

이와 함께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거나 악화되면 군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태국에서 군은 주요 정치 세력 중 하나로, 지난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18차례 쿠데타를 일으키는 등 정치 판도를 좌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친탁신 진영과 반탁신 진영으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 양상을 보이는 현재의 정치 및 계층 분열도 탁신 전 총리가 군 쿠데타로 실각한 지난 2006년부터 잉태됐다고 할 수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총선으로는 탁신 세력의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을 해결할 수 없다며, 선거를 치르지 않고 중립적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고, 각계대표 400명으로 ‘국민회의’를 구성해 정치개혁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선거를 통하지 않고 친탁신 진영으로부터 권력을 쟁취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에도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교착상태에 빠진 태국 정국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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