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할리우드 영화, 중국에 ‘아부’ 심해졌다

美 할리우드 영화, 중국에 ‘아부’ 심해졌다

입력 2012-06-13 00:00
수정 2012-06-13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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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에 등장하는 중국인은 대체로 믿음직하고 실력이 뛰어나거나 선하다.

영화 ‘배틀십’에서 홍콩의 중국 당국자는 신뢰감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예멘에서 연어 낚시’에서도 수력발전 분야에서 빼어난 기술을 지닌 중국인 엔지니어가 등장한다.

지구 종말을 다룬 ‘2012년’에서도 미국 대통령 비서실장은 중국인의 예지력에 찬사를 보낸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중국인이 악역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사라졌다.

심지어는 과거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중국인의 이미지를 손질하는 경우도 있다.

1984년 나온 영화 ‘붉은 새벽’을 리메이크하면서 MGM은 원래 미국을 침공한 나라를 중국에서 북한으로 바꿨다.

’맨인블랙3’는 중국 개봉에 앞서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찍은 장면을 상당 부분 잘라냈다. 차이나타운과 중국인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캐리비언의 해적: 세상의 끝’에 저우룬파가 연기한 중국인 해적 두목은 중국에 개봉될 때 아예 통째로 잘려나갔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런 중국에 대한 ‘아부’는 커질대로 커진 중국의 영향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2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자본의 투자가 늘어나고 중국 영화 시장이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 규모로 성장한 상황에서 중국에 밉보여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할리우드를 지배하고 있다.

중국 측 사업 파트너를 의식해 익명을 요구한 제작자는 “특정 국가의 입맛에 맞추려고 영화 내용을 재단하는 것은 할리우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혀를 찼다.

할리우드가 이렇게 중국에 목을 매는 것은 미국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졌고 해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영화 시장을 가진 중국은 돈을 투자하고 대신 중국에서 영화를 촬영하거나 제작 과정 일부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할리우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물론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영화에 중국이 좋게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세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원작에도 없는 중국인 수력발전 전문 엔지니어를 영화에 등장시킨 ‘예멘에서 연어 낚시’ 시나리오 작가 시몬 부포이는 “중국 측의 어떤 요구도 없었고 그냥 내 머리 속에서 떠오른 캐릭터”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검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중국 영화 검열 당국은 4년 전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거나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내용, 그리고 헌법의 원칙을 훼손하거나 외설, 도박, 폭력을 조장하는 것은 금지한다’는 영화 제작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

워낙 모호하고 광범위한 규정이라서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들은 알아서 기는 행태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중국의 현실에 대한 왜곡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USC 동북아시아연구소 스탠리 로젠 교수는 “다음 세대들은 중국 정부의 인권 침해나 중국 서민의 고단한 일상이 감춰진 것만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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