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등 기금 늘려 영향력 강화 노릴듯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원 확충 방안 문제를 놓고 회원국 간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IMF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재정위기를 극복하려면 5000억 달러(약 568조원)의 재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히자 최대 주주인 미국과 캐나다 등은 ‘유럽의 자구적인 노력’을 강조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중국 등이 기금 출자를 대가로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MF는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내부 추산에 따르면 향후 몇년 안에 긴급 구조자금 수요가 1조 달러 정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대출 여력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5000억 달러의 기금 모금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표액에는 유럽 국가들이 양자 대출 형식으로 내놓기로 한 1500억 유로(약 219조원)가 포함된다고 IMF는 설명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전날 3850억 달러 규모의 현 재원이 적정한지를 논의한 이사회를 마친 뒤 “충분한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사회가 인정했다.”면서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IMF 자금 확충에 기여할 뜻이 없다고 밝혀 온 미국은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미 재무부는 “유럽 스스로 노력한 뒤 IMF가 추가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IMF를 위해 추가 재원을 찾아낼 의도가 없다고 국제 파트너들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짐 플래허티 재무장관도 “유럽은 다른 나라들에게 요구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재원을 최대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 경제국이 IMF 기금 출자를 통한 발언권 강화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자금 지원에 대한 보상으로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부과된 무기금수 조치의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관리들의 시각을 전했다.
IMF 재원 확충 문제는 다음 달 25~26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2012-01-20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