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사살이후] ‘고문으로 얻은 정보’ 정당성 논란

[빈라덴 사살이후] ‘고문으로 얻은 정보’ 정당성 논란

입력 2011-05-06 00:00
업데이트 2011-05-0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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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추적 끝에 미국이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을 제거하면서 전임 부시 행정부가 활용했던 ‘가혹한 신문 기법’의 효과와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전임 정권 관계자들이 “부시 전 대통령이 승인한 ‘워터보딩’(일종의 물고문) 신문 효과가 재확인됐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현 정부 관계자들은 “과장된 해석”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미 중앙정보국(CIA) 대테러센터장을 지낸 호세 로드리게스는 4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승인한) 강화 신문 기법 덕분에 빈라덴 사살에 필요한 결정적 정보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CIA 대테러 책임자로 재임할 당시 알카에다 작전 사령관인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와 그의 후임자인 아부 파라즈 알리비가 체포돼 해외 비밀 감옥에서 가혹한 신문 기법으로 조사를 받았다. 특히 9·11 테러의 주범인 무함마드는 183차례나 물고문을 당했고 알리비도 물고문을 제외한 다른 형태로 혹독하게 조사받았다. CIA는 이를 통해 얻어낸 정보 덕에 결국 빈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핵심 관료들도 빈라덴 사살 이후 의기양양해하고 있다. 대표적 매파였던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지난 2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 직후 강화 신문 기법을 도입해 정보를 모으지 않았더라면 (빈라덴 사살) 작전 수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은 ‘고문 효과론’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미 국가안보위원회의 토미 비어터 대변인은 “가혹한 신문 기법으로 얻은 정보가 빈라덴 사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주장은 틀린 것”이라면서 “빈라덴의 은신처는 수년간 다양한 정보원들로부터 나온 많은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아랍뉴스’도 “고문을 통해 얻은 정보는 거대한 퍼즐 가운데 한 조각에 불과했다.”고 고문 효과를 일축했다. 이 언론은 이어 미 정보기관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고문하거나 가혹 행위를 하는 것은 국제법상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알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CIA에 고의적으로 빈라덴의 은신처 관련 정보를 흘린 것으로 보인다고 사우디아라비아 일간 알와탄이 5일 보도했다. 알와탄은 지역 내 익명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빈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하는 데 단서를 준 빈라덴의 ‘연락책’이 실제로는 자와히리의 수하였으며 이 연락책은 자신이 미 정보기관에 추적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겼다고 전했다. 자와히리가 빈라덴을 배신한 이유는 둘 사이의 권력 다툼이 점증된 탓이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또 미국의 한 행정부 관리는 빈라덴 제거 작전 도중 은신처에서 압수한 컴퓨터 5대 등을 예비 조사한 결과 빈라덴이 10여년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알카에다에 전략지침을 계속 내려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다량의 압수품 확보는) 테러와의 전쟁 역사상 가장 중대한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보도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5-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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