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키는 중동… 꼬이는 美

엉키는 중동… 꼬이는 美

입력 2011-01-26 00:00
수정 2011-01-2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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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중동 정세가 요동치면서 미국의 중동정책도 꼬이고 있다. 2주 전 서방이 지지하던 연립정부가 붕괴된 레바논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서방 6개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헤즈볼라의 지지를 받는 나지브 미카티가 25일 총리로 임명됐다. 가뜩이나 진척이 없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협상은 알자지라 방송이 비밀 협상문건을 폭로하면서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레바논의 유력 야당 헤즈볼라가 미는 미카티 의원이 차기 총리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이 주재한 차기 정부 구성 회의에서 미카티 의원은 전체 국회의원 128명 가운데 과반인 68명의 지지를 얻었다.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암살된 이후 2005년 4월부터 7월까지 총리를 지낸 미카티 의원은 미국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통신재벌로 재산이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미카티 신임 총리는 오는 27일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할 것이며 레바논의 모든 정파가 이견을 극복할 것을 강조했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 침략에 저항하는 시아파 민병대에서 출발한 무장조직이자 의회에 소속 의원이 57명이나 포진해 있는 유력 정당이다. 2006년부터 친서방 레바논 정부에 7억 달러가 넘는 군사지원을 쏟아부으며 공을 들였던 미국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헤즈볼라가 집권하면 미국의 지원을 계속 받기 힘들 것이라고 밝혀왔다.

미국이 중재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협상은 문건 폭로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 23일 카타르에 본부를 둔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동(東)예루살렘 지역 대부분을 이스라엘에 넘기려 했다는 비밀문건을 폭로했다. 동예루살렘 귀속 문제는 평화협상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문건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동예루살렘의 유대인 거주 지역을 이스라엘에 주는 대신 요르단강 서안과 이스라엘 경계 지역을 넘기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문건 공개 뒤 거센 반발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지만 아랍권과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에선 ‘굴욕협상’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을 몰아내고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는 바람에 평화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번 폭로로 미국 정부는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됐다. 크롤리 대변인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갖고 있다.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문건 폭로로 달라지는 건 없다.”고 애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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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1-01-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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