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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총격 후유증…뒤숭숭한 美정가

애리조나 총격 후유증…뒤숭숭한 美정가

입력 2011-01-12 00:00
업데이트 2011-01-1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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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개혁… 유대인… 의원 살해위협 공포

“이제 당신 등 뒤에 과녁이 있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 난 위협이 아니라 약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패티 머레이(민주당·워싱턴 주) 상원의원의 사무실에 남겨진 음성 메시지다. 찰스 앨런 윌슨이라는 남성은 머레이 의원에게 건강보험 개혁안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으면 권총을 들고 찾아가겠다는 내용의 협박 메시지를 13차례나 보냈다.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결과 윌슨은 같은 지역의 마리아 캔트웰 상원의원도 노리고 있었다. 결국 1년형을 선고받고 철창 신세를 지게 된 윌슨은 “나 같은 미친 사람은 많다. 누군가는 (암살에) 성공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이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노린 것임이 드러났지만 아직 정치적 암살 시도인지 정신 이상자의 비정상적 행동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퍼즈가 아니더라도 정치적 이견이나 인종 문제로 살해 위협을 받은 의원들이 다수 있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건보 개혁안이 통과되자 당시 하원의장을 맡고 있었던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의원은 “태워 죽이겠다.”는 협박 전화를 48통이나 받았다. 민주당의 바트 스투팩 전 하원의원은 협박에 시달리다 못해 재선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살해 위협이 말에서 끝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버지니아 주 민주당 하원의원인 톰 페리엘로의 경우 형제의 집 주소가 유출돼 가스 폭파 대상이 됐다. 다행히 가스관이 잘린 것을 일찍 발견해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건보 개혁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만 협박을 받은 것은 아니다. 미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에릭 캔터 의원은 당선 이후 노먼 르분이라는 남성으로부터 위협을 당했다. 그가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인에 대한 암살 위협은 상존해 있다. 하지만 이번 애리조나 총기 사건으로 협박이 단순한 경고 차원을 넘어 ‘현실’이 됨에 따라 미국 내 정치 폭력이 일상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프너가 정신 이상자이든 아니든, 이미 사람들은 말이 실천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저명한 사회과학자이자 평화운동가인 제브 스턴헬 히브리대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서는 중간급 정치인들에 대한 암살 사건도 언론이 대서특필하고 미국에서와 같은 사회적인 자성론도 일지만 정치적 폭력의 수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1990년 정치 암살로 동생을 잃은 콜롬비아의 칼럼니스트 마리아 히메나 두잔은 “이번 사건은 점점 폭력이 정치를 대신하는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경보”라고 지적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1-01-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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