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감세연장 반댈세” 8시간 35분 마라톤연설

“오바마 감세연장 반댈세” 8시간 35분 마라톤연설

입력 2010-12-13 00:00
수정 2010-12-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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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원 노정객 샌더스의원 강행… 트위터 인기 급등

저녁 7시 55분. 마침내 끝났다. 우리 나이로 올해 일흔살인 노정객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비틀거리며 미 의회 본회의장 연단을 내려섰다. 그러곤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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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정부의 감세연장안에 반대하며 8시간 35분에 이르는 긴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 AP 특약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정부의 감세연장안에 반대하며 8시간 35분에 이르는 긴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 AP 특약
8시간 35분. 오전 10시 20분에 시작한 연설을 마쳤을 때 본회의장 의원석은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바로 그 시간, “샌더스가 감세연장안을 반대하는 인사들에게 감동의 시금석(touchstone)을 던져주었다.”고 격찬하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날렸다.

10일(현지시간) 미 상원 본회의장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합의한 감세연장안에 반대하는 샌더스의 마라톤 연설이 펼쳐졌다. 1992년 공화당의 앨 다마토 뉴욕 상원의원이 세금 관련 법안에 반대하며 펼친 15시간의 연설 이후 18년 만의 긴 연설이었다.

자칭 사회주의자인 샌더스 의원은 연설을 통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비난하면서 감세연장을 주장하는 공화당 동료의원들을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수치를 제시하며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준비해온 10가지 감세연장 반대 이유를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 주민들이 보내온 편지들과 함께 반복해서 읽어가면서 지칠 때까지 연단을 지켰다.

연설이 길어지자 동료 의원들 대부분은 자리를 떴고, 그의 보좌관과 입법서기, 보안요원, 발코니의 방문객들만 남아 연설을 경청했다. 오후가 되면서 체력이 떨어진 샌더스 의원은 단상에 몸을 기댄 채 연설을 이어갔다. 가끔 바닥에서 겅중겅중 뛰며 저린 발을 풀기도 했다.

연단을 내려선 샌더스 의원은 “이 연설을 필리버스터라고 하든, 아주 긴 연설이라고 부르든 상관없다. 오로지 감세연장 법안보다 더 나은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중간선거 패배의 여파로 나온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감세연장 합의가 미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으나 지금껏 미 의회에는 폭력은커녕 변변한 욕설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노정객의 혼신을 다하는 설득과 호소가 미 의회의 고심과 갈등을 내보일 뿐이다.

감세연장안에 대한 상원 표결이 13일로 예정돼 있는 만큼 엄밀히 따져 그의 이날 연설은 다수당의 표결을 저지하기 위한 의사진행발언인 필리버스터는 아니다. 그러나 자기 소신을 위해 혼을 불태우는 이 노정객의 연설은 트위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일약 샌더스를 사이버의 스타의원으로 만들었다.

의사당 내 청중들은 거의 없었지만 의사당 밖에서 그의 연설은 단연 화제였다. 트위터에서 이날 하루에만 4000여명이 팔로어로 등록했다. 그의 연설을 온라인으로 시청하려는 사람들이 폭주하면서 상원 비디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미 의회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은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1957년 민권법 통과에 반대하며 24시간 18분에 걸쳐 연설한 것이다. 당시 서먼드 의원은 전화번호부를 읽어내려가면서 시간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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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2010-12-1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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