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로비스트 금융개혁법안 어떻게 약화시켰나

美 로비스트 금융개혁법안 어떻게 약화시켰나

입력 2010-07-03 00:00
수정 2010-07-0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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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별 관심법안 밀고 개혁법 규제완화 요청

지난달 중순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하원의원회관 빌딩에는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40여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성이 서성대고 있었다. 이들은 지나가는 하원의원이나 보좌관들에게 다가가 은밀하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들의 고용주는 은행, 주식 거래인, 대형 사모펀드 등으로 다양했지만 목적은 모두 같았다. 오바마-볼커룰로 불리는 금융개혁법안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시사주간 타임은 1일(현지시간) 지난달 30일 처리된 금융개혁법을 두고 워싱턴 정계에서 치열하게 벌어진 로비스트들의 활약과 실제로 이들이 의원들의 의사처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소개했다. 타임은 현재 워싱턴에 1900여개의 로비스트 단체에 1만 1000명 이상의 로비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CRP)는 대형 로비스트 단체인 캐피톨 텍스 파트너스 한 곳에서만 지난해 34억 9000만달러(약 4조 3000억원) 이상의 용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했다.

캐피톨 텍스 파트너스 창립자인 린제이 후퍼는 이에 대해 “우리는 모건 스탠리, 3M, 골드만삭스, 샤넬, 포드 등 고객사를 상대로 어려운 문제에 대한 기술적 조언을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타임은 이들이 고객사들의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비꼬았다. 한 로비단체의 경우 지난해 8명의 소속 로비스트 비용으로 매월 3만달러(약 3700만원)씩을 고객사에 청구했지만, 올해 4월 금융개혁법이 본격적으로 거론되자 1500만달러(약 184억원)를 요구했다. 타임은 “이들은 고객사에 로비가 성공할 경우 향후 10년간 최소 100억달러(약 12조 2700억원)의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장담했다.”고 소개했다.

로비스트들은 의원이나 보좌관이 나타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주고받기다. 해당 의원의 관심법안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는 대신 고객사가 원하는 규제완화나 법안 철회를 요청하는 것. 타임은 하원회관에서 열린 국방관련 콘퍼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일부가 실제로 이와 같은 방법으로 로비스트와 합의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로비스트들은 금융개혁법에 대해서는 여론을 감안해 법안 철회 대신 세부조항의 수정에 초점을 맞췄고, 이들의 노력은 법안의 취지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은행과 헤지펀드들의 위험상품 투자를 제한하는 조항만 해도 당초 내용보다 대폭 완화돼 통과됐다. 타임은 이들이 고객사에 안겨준 이익이 당초 조건인 10년간 10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타임은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맞는 제안을 하는 로비스트들이 다양하게 많아지면서 로비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금융개혁법 처리 과정에서도 로비스트들이 녹색에너지 진흥법 등 의원들의 관심이 높은 수많은 다른 요소들을 동원해 그들의 눈을 흐리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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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2010-07-0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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