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틀어지는 이스라엘-터키

갈수록 틀어지는 이스라엘-터키

입력 2010-06-04 00:00
수정 2010-06-0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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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로 들어가려던 국제 구호선단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터키인 4명을 포함한 9명이 희생되면서 이스라엘과 터키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태를 “피의 대학살”로 규정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한 친구를 잃을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앞으로 며칠 내 취할 조치들이 향후 중동에서의 이스라엘 입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터키 총리실이 2일(현지시간) 밝혔다. 터키 의회는 이날 표결을 통해 이스라엘과의 정치·군사적 동맹관계 재검토를 정부에 요청하는 선언문을 채택하고 데다 이스라엘의 사과와 희생자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터키는 1950년대 미국의 주선으로 이스라엘과 평화 협약을 체결한 이후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갈등 문제의 중재자를 자임해 왔다. 그러나 이슬람주의 운동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이 지난 2002년에 이어 2007년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뒤 노선이 바뀌었다. 중동에서 가장 친미적인 국가에서 반미 성향이 강한 나라로 돌변한 것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워싱턴 회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추가 파병 요청을 거절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터키와 이스라엘과의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08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 전면전을 펼치자 터키는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후 양국 관계도 조금씩 틀어졌다. 특히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총회에서 이스라엘 대통령을 향해 “살인자”라고 퍼부은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또 터키에서 지난해 10월과 지난 1월, 각각 이스라엘군을 잔혹한 살인자로, 정보기관 모사드의 요원을 유아 유괴범으로 표현한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양국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구호선단의 유혈사태는 그동안 터키와 이스라엘 모두 최악의 상황을 피할 것이라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편 유엔 인권위원회는 이날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 성명과 가자지구의 봉쇄 해제, 조사단 파견 등을 결의했다. 표결에서는 32개국이 찬성, 미국·이탈리아·네덜란드 등 3개국이 반대, 한국·일본·영국·프랑스 등 9개국이 기권했다. 미 국무성 측은 결의 반대와 관련, “결의는 모든 책임을 이스라엘에게 묻고 있다.”면서 사실 관계의 우선 규명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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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0-06-0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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