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15분만에 휴정… 권 재판장 “변호인 지정할 수도”
전범 혐의를 받고 있는 전 (前)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가 끝내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카라지치는 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열린 첫날 재판에 출두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재판은 15분가량 진행된 뒤 곧 휴정했다. 휴정 결정이 내려지자 재판에 참석한 보스니아 내전 생존자들은 강력 반발했다. 그들 가운데 휴정 뒤에도 법정을 떠나지 않고 항의했고 한 여성은 단식 투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권오곤 재판장은 “카라지치가 법정에 출두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면서 “재판부는 카라지치가 법정에 출두해 재판 진행이 더 이상 방해되지 않기를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카라지치가 스스로 변론하는 게 재판 진행에 방해가 된다면 재판부가 변호인을 지정할 수 있다.”며 재판 진행 의지를 밝혔다.
재판은 27일 오후 속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카라지치가 법정 출두를 계속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재판부는 그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재판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대리인을 통해 법정에 출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카라지치는 이날 공개된 23일자 서한에서 “재판을 보이콧하는 게 아니라 나를 방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서 “공정한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라지치는 1990년대 초 유고연방 해체 과정에서 보스니아가 독립을 선언하자 이에 반대하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의 지원 아래 내전을 일으켜 이슬람계, 크로아티아계 등 비(非)세르비아계 주민 수만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995년 세르비아계 민병대가 스레브레니차를 공격해 7000여명의 이슬람계 남성을 학살하도록 명령했고 44개월 동안의 ‘사라예보 포위’ 당시의 집단 학살을 명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2009-10-2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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