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아르메니아 100년만에 화해

터키·아르메니아 100년만에 화해

입력 2009-10-12 12:00
수정 2009-10-1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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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수립·관계발전 의정서 서명… 2개월내 국경 개방

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서 이뤄진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이후 한 세기간 등을 돌렸던 터키와 아르메니아가 10일(현지시간) 역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양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국교수립·관계발전 의정서에 서명하고 앞으로 2개월 안에 국경을 개방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협정이 실제 이행되기까지는 ‘덫’이 널려 있다. 이날도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성명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 대립 때문에 3시간이나 늦게 기념식이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양국의 ‘화해 이정표’를 세우는 데 미국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한 힐러리 장관의 막후교섭이 힘을 발휘했다.

협정이 발효되면 ‘윈윈 게임’이다. EU 가입국 후보인 터키로선 유럽행 석유·가스 보급로인 남부 코카서스에 대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이번 협상 타결에 힘써온 미국에도 이득이다. 에너지 자원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 보낼 미군의 대체 이동로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는 서방국과의 무역, 투자 확대로 경제발전의 새 장을 열게 된다. 국경이 열리면 민생도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다.

하지만 의정서를 인준해야 할 양국 의회는 국내 저항에 직면하게 됐다.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에 대한 오스만 제국의 대량 학살과 국외 추방은 아르메니아인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아르메니아인들은 터키가 대량 학살을 인정할 때까지 관계를 정상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역사학자들도 ‘대학살’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터키인들은 대규모 희생은 인정하나 질병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협정에는 이를 조사할 역사위원회 설립안도 담겼다. 그러나 아르메니아인들은 이 위원회가 되레 수정주의 역사를 만들어내 범죄를 희석시킬까 두려워하고 있다.

터키의 동맹국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의 나고르노 카라바흐주 영토 분쟁도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다. 1989~1992년 분쟁에서 패한 아제르바이잔은 터키를 부추겨 1993년 아르메니아와 국교를 단절하고 국경도 폐쇄하게 했다.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국무총리는 11일 “아르메니아가 먼저 나고르노 카라바흐주에서 철수해야 한다.”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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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09-10-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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