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뻔히 보이는 손’ 어디까지

푸틴의 ‘뻔히 보이는 손’ 어디까지

이순녀 기자
입력 2008-05-08 00:00
수정 2008-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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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은 7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거행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8년 전 보리스 옐친이 그랬던 것처럼 전임 대통령으로서 축하연설을 했다. 하지만 옐친이 이날 이후 정치무대밖으로 퇴장한 것과 달리 푸틴의 앞길에는 제2의 정치인생이 놓여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푸틴을 총리로 지명했다.8일 의회의 인준을 통과하면 푸틴은 메드베데프가 일했던 총리 집무실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대통령이 제1부총리를 후계자로 앉히고, 새 대통령이 전임자를 총리에 임명하는 ‘맞교대 권력 이양’의 독특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헌법의 3선 연임 금지조항에 따라 자진해서 한 단계 내려 왔지만 ‘총리 푸틴’이 대통령 못지않은 실권을 휘두를 것이란 예측은 어렵지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러시아 국민의 3분의 2가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통제할 것으로 본다고 응답했다.

푸틴은 ‘총리 카드’를 꺼낸 직후부터 권한 확대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춰 왔다.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당수직을 맡아 의회를 장악할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지방 정부에 대한 관할권을 대통령 행정실이 아닌 중앙 정부가 갖도록 하는 법령에 사인했다. 또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총리가 관할하는 국가예산 등의 사안은 국민투표 회부를 불가능하게 하고, 지방 문제만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했다.

푸틴은 메드베데프 내각 인사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6일 푸틴이 현재 5명인 부총리를 11명으로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일간 ‘가제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빅토르 주브코프 현 총리는 제1부총리로 한 단계 강등되고, 기존 대통령 행정실 측근들이 대거 부총리로 이동할 것이란 설이 나돌고 있다. 이고르 세친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과 알렉세이 그로모프 대통령 공보담당이 부총리 후보로 꼽힌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는 안보위원회 서기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헤리티지재단의 예브게니 볼크 모스크바 지사장은 “푸틴은 메드베데프가 과도한 힘을 갖지 못하도록 자신의 심복들을 핵심 포스트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정부조직 개편 법안에서 현재 대통령이 보유한 사법기관 통제권과 외교권이 총리에게 넘어갈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8-05-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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