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얼마나 갈까

‘적과의 동침’ 얼마나 갈까

이순녀 기자
입력 2007-02-10 00:00
수정 2007-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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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구성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해온 팔레스타인의 양대 정파, 하마스와 파타당이 마침내 ‘적과의 동침’을 선언했다. 이로써 잇단 유혈충돌로 비화됐던 내전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핵심 쟁점인 이스라엘 인정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권이 이를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하마스 최고 지도자인 칼리드 샤알과 파타당 당수인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8일(현지시간)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열린 이틀째 협상에서 공동내각 구성 원칙을 담은 ‘메카 선언’에 서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하마스 소속인 이스마일 하니야 현 총리가 새 내각의 총수를 맡고, 하마스와 파타당이 각각 9개와 6개의 각료 자리를 차지하기로 했다. 치안을 담당하는 내무장관을 비롯해 5개 각료직은 무당파 인사에게 돌아간다.

공동내각 구성에는 합의했지만 새 내각의 정책기조에 대해서는 갈등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하마스는 이번 협상에서 이스라엘 인정 문제와 관련, 파타당이 이스라엘과 맺은 기존 협정을 존중하겠다는 선에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이스라엘 파괴를 공공연히 내세운 하마스로선 상당한 양보이지만 이처럼 모호한 태도가 이스라엘과 미국을 만족시키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방권은 이스라엘 인정과 무력투쟁포기, 팔레스타인과 관련한 기존 협정 준수 등 세가지 조건을 하마스에 요구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 대해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팔레스타인 정부가 미국의 지지를 받으려면 폭력을 포기하고,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새 내각이 국제사회가 요구한 3가지를 명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카 선언’의 실질적인 성과 여부는 양당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설득해 자국에 대한 원조중단 제재를 풀도록 하는 데 달려있는 셈이다.

아바스 수반은 19일 예루살렘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3자 회담을 갖는다.

팔레스타인은 지난해 1월 총선에서 하마스가 10년간 집권해온 파타당을 누르고 의회와 내각을 장악한 이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공동내각 참여를 거부한 파타당은 급기야 지난 연말 하마스 내각을 밀어내기 위한 조기 선거 방침을 발표했고, 이로 인한 양측간의 유혈충돌로 두달간 100여명이 사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7-02-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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