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대통령 선거에서 펠리페 칼데론 집권 국민행동당 후보에 24만여표 뒤진 것으로 집계된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민주혁명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세운 것이다.
이들은 31일(현지시간) 중심가 소칼로 광장에서 전면 재개표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인 뒤 주요 도로와 광장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행정기관과 사무·금융·상업시설이 밀집된 중심가가 시위대에 장악되면서 도시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한달 남짓 이어진 비상정국에 ‘멕시코판 피플파워’를 점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정국 불안을 반영, 주가지수는 하루새 0.8% 떨어졌다.
●수도 기능 사실상 마비
AP통신에 따르면 천막촌은 소칼로 광장과 레포르마 대로상 7.4㎞에 걸쳐 47곳이 세워졌다. 거리 봉쇄는 전날 200만명이 참가한 항의집회가 마무리된 뒤 시작됐다. 오브라도르는 재검표가 결정될 때까지 수도 점거를 호소한 뒤 천막농성에 합류했다.
칼데론측은 천막촌 설치를 ‘도시에 대한 납치 행위’라며 시 당국에 강제철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혁명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에서 칼데론측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센테 폭스 대통령도 시의 요청이 없는 한 중앙정부가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도심 점거에는 오브라도르의 핵심 지지세력인 농민·빈민뿐 아니라 도시 중산층까지 참여하고 있다.LA타임스는 “노인, 정치인, 주부 등 계층과 연령대가 다양하다.”고 전했다.
●미국 “멕시코인의 능력 신뢰”
국경을 맞댄 미국은 이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현지 법률은 선거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또한 보장하고 있다.”며 “미국은 멕시코의 제도들에 완전한 신뢰를 보낸다.”고 말했다. 섣부른 개입으로 차기 정부와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칼데론과 오브라도르의 승리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멕시코 선거재판소는 오브라도르의 재검표 소송에 대해 31일까지 판결을 내려야 한다. 재검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6일 당선자가 공표된다.
●‘어게인 1910’
일부에선 현재 상황을 멕시코 혁명이 발발한 1910년 무렵에 비유하기도 한다.LA타임스는 농성 중인 농민들이 20세기 초 농민반군의 분노와 좌절감을 공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당의 부정선거 시비가 발단이 됐다는 점, 농민·빈민·지식인층에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점 등도 그때와 닮은꼴로 꼽힌다. 멕시코시티 시장 시절 우파의 탄핵 시도를 대규모 지지시위로 좌절시킨 오브라도르의 군중 동원 능력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비폭력 시민저항을 고수하겠다는 오브라도르측 공언으로 미뤄 유혈폭동이나 1910년 같은 내전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은 엷다. 결국 이후 정국은 1986년 필리핀 ‘피플파워’ 양상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